존경 따위 넣어둬 -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님들께
장정희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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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 따위는 넣어둬"
장정희 선생님의 책을 알라딘 인터넷서점에서 주문하여 읽어봤다.

소설 "옥봉"과 "사춘기 문예반"을 읽고 많은 감동을 받았기에 이번에도 기대를 안고 주문했다.

장정희 작가는 인문계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정년퇴임하였다. 나도 여자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해봐서 그런지 경험이나 고민하는 것들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아! 옛날에 이런 것들을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게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내가 정리하지 못한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잘 적어놓았을까 감탄하고 있다.

"365일 퇴직을 생각하는 선생들께"라는 부제가 붙어있지만 선생님들 뿐 아니라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도 읽으면 크게 도움이 될 내용들이 많아서 강추하고 싶다. 내 딸과 며느리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나는 어차피 삶을 견디는 것, 버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스트레스가 나쁜 일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다. 좋은 일에도 긴장을 일으 킨다. 그러기에 우리의 일상은 크고 작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 누구나 견디며 살아간다면, 억지로 버티느냐, 기꺼이 버티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기꺼이 버티며 살아가자는 거다."p26

"이제 나는 더 이상 '누군가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나 자신이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 여길 수 있기를 바란다. 심각하게 명퇴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내 이야기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숨구멍을 찾아내기를, 그리하여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깊은숨을 몰아쉴 수 있기를, 그렇게 고르고 고른 숨을 토해낸 후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화 끈을 조일 수 있기를 바란다."p29

"아이는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밖에서 저지른 자신의 잘못이나 결점은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반대로 가정에서 있었던 좋지 않은 일은 교사에게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교사와 부모는 아이의 반쪽씩만 아는 셈이었다. 부모로서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였다."p36

"아이는 제 부모가 교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학부모가 교사를 낮게 평가하면 아이도 낮게 평가한다. 그런 교사에게 아이는 배울 것이 없다. 그저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고될 뿐이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교사를 비난하는 학부모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p37

아이들이 자기 꿈이 뭔지를 모르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어른들의 불안과 욕망을 아이들에게 주입하여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탓에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빼앗겨버린 탓이다"p65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이 등급을 매기는 구도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가 없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스템의 문제 또는 모순된 사회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슬픔은 나만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들의 슬픔이 된다. 우리가 서로의 슬픔을 공유하고 손을 맞잡아야 하는 이유다."p81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이에게 읽어줄 수 있는 시도 있다.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중에서"
p165

여고 아이들이 "결혼 전에 남친과 여행 가도 돼요?"라는 질문에 너무나 멋지게 성교육하는 선생님이었다.

"유혹의 순간이 오면 물어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게 말이다. 나는 지금 얼마나 간절히 몸의 소통을 원하고 있는지. 이 사람과 온전한 교감을 나누게 될 것이므로 헤어지게 된다 해도 후회하지 않겠는지, 사랑을 경험한 내 몸에게 끝까지 책임을 다할 수 있겠는지. 그렇게 결정한 '나'를 믿자는 거야. 애먼 오빠만 믿지 말고."p179

뒷 부분에 가면 책이나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문을 많이 적어놓았다.

학교폭력문제, 괴물학부모 문제, 학부모 갑질 문제, 사람들의 자살 문제 등등.

"자살은 한순간에 충동적인 결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은 고장난 사고와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싸워오다가 마침내 그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 일어난다."

1999년 13명의 사망자와 24명의 부상자를 낸 코럼바인 총격사건의 가해자 중 한명의 어머니가 쓴《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읽고 다음과 적어놓았다.

"수는 딜런의 자살 충동이 오랜 우울증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된다. 우울증은 사람의 판단 과정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종의 '의사 결정 기능장애'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뇌의 질환과 관계가 있다. 뇌에 무엇인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다. 딜런은 부모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착한 행동으로 자신의 오랜 우울증을 감추었던 것이다."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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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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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0평생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올바르게 애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문상을 갔을 때 무슨 말을 해서 상주나 부모를 잃은 사람의 슬픔을 위로할 지 몰라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선 적이 많았다. 또 엉뚱한 질문을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핀잔을 들은 적도 있었다. 이 책은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낱낱이 지적해주는 책이었다.

"애도자의 권리"란 단원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각자의 속도로 애도하며 저마다 다른 순간에 회복합니다."라고 적고 있다.p64 특히 "자신의 감정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을 마음에 새기지 마십시오."라고 적어놓았다. p65

특히 5장에서는 발단 단계에 따른 슬픔과 애도과정을 구분해서 적어놓았다.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구분해서 적어놓은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자살 시도나 자해,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우울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은 다른 연령에 비해 고등학생들에게 더 크게 나타납니다."p114

국가적으로 큰 사고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을 때, 교사로서, 담임 교사로서 애도수업을 하는 방법을 잘 적어놓아서 일선의 많은 교사에게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참사로 이어진 사고사에서 사회의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유족과 사회적 구성원의 애도가 잘 일어나도록 국가가 지원하고 애도의 분위기와 절차, 사회적 책임과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p129

병문안 가서 누워있는 분에게 "당신 기분이 어떨지 잘 알아요. 저도 우울해 봤거든요. 하지만 곧 기분은 나아질 거예요. 너무 염려말아요."라고 말하면 환자가 오히려 화가 많이 났었다고 한다. p139

리타모란의 "부탁입니다"시가 실려있어서 감동으로 다가 온다.

"제발, 내가 슬픔을 극복했는지 묻지 말아주세요.
나는 결코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발, 그 아이가 여기보다 더 나은 곳에 있다고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 아이는 내곁에 없으니까요.

... ..."p141

잘못 알고 있는 위로의 말 열가지, 위로에 가까운 말 열가지를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다 괜찮아질 겁니다. 염려 마세요." 등은 잘못된 위로의 말이다.p144

이런 책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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