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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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이란 단어는 사실 보기만 하더라도 무겁게 다가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우울증 관련 서적들은 실제로 내용을 무겁게 다룬다.

우울증에 관한 훌륭한 서적 중 하나인 앤드루 솔로몬의 《한낮의 우울》만 보더라도, 딱딱한 학문서 성격의 책은 아닐지라도, 다루는 내용 덕분에 페이지를 넘기는 것 자체가 꽤 진중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울할 땐 뇌 과학》은 여태까지 봤던 우울증 관련 서적과는 확실히 궤를 달리하고 있다.

과학 입문서라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너무나 유쾌하다. 저자가 보여주는 사례부터 설명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시종일관 가벼운 터치로 다가오기 때문에 독자도 꽤나 편안한 마음으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우울증 환자조차 이 책을 읽는다면, 그 나름대로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은 저자가 독자를 위해 고안한 전략이고, 그 전략은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세간에 돌아다니는 자기 잘난 맛과 남 가르치는 맛에 사는 '힐링 서적'물과 비교하면, 이 책은 진정한 의미로 누군가를 치유하기 위해 존재하는 '힐링 서적'일 것이다.

 

뇌과학과 관련한 용어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하며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려는 저자의 세심한 배려 또한 돋보인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뇌과학 서적이기 보다는 일종의 우울증 클리닉도 겸하고 있다.

사실 철저히 우울증에 대한 분석 및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책을 접한 사람들은 다소 실망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책의 전반부는 확실히 우울증에 대한 신경과학적 이야기들이 많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우울증 치료기법에 대한 이야기가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장점은 자신이 '뇌 과학 입문서'라는 정체성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한 다양한 기법들을 소개할 때조차, 이것이 신경학적으로, 뇌과학적으로 어떤 원리에 의해 그것을 가능케하는 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우리가 흔히 이 정도 수준이면 민간요법 아닌가?라고 떠올릴만한 대처법에 대해서조차 이 책은 과학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매우 단순한 치료법이지만 그것이 작동하는 원리 자체는 단순하지 않음을 상세히 알려준다.

그 덕분에 이 책이 보다 더 과학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우울증과 뇌과학이란 무거운 소재를 이렇게 가볍고 쉽고 유쾌하게 설명하는 책은 찾기 쉽지 않다. 뇌과학에 입문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평소 '문학' 분야만 읽다가 '비문학' 분야를 접하려는 어떤 독자라도 이 책은 훌륭한 입문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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