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의 상실 - 개정판 문예 인문클래식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지음, 이진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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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공론장에서 도덕과 윤리에 대한 논쟁은 지리멸렬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에 대한 개인적 정의관에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도덕과 윤리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결론도 지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따라서 현대 사회는 '덕'이란 개념 자체를 논할 수 없는 상태, 즉 덕 자체가 상실된 사회가 도래했다.

저자는 왜 현대 사회에서 덕을 말할 수 있는 담론이 지리멸렬하고 아무런 의미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을 찬찬히 짚어나간다.
계몽주의 시대에 개인주의적 도덕 가치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짚고 비판한다.
그리고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전통적 덕의 가치관을 다시 부른다.

사실, 이 책은 굉장히 보수주의적이라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를 자처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자들의 논리가 아니라, 그보다 더 원론적인 의미에서 전통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자의 주장에 가깝다. (그렇다고 저자가 보수주의자란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치를 꺼내들면서, 지금처럼 사분오열되어 기준을 잡기 힘든 도덕적 정의관을 고치고, 공론장에서 덕을 논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점을 잡기 원한다.

그래서 덕에 관한 고전적 관념들. 즉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개인의 역할, 자신이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있을 수 없음을 인식하는 것과 같은 잊혀졌지만 핵심적인 조건들을 꺼내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본과 독일의 후손에게 전범이란 이유로 도덕적 처벌을 짊어지게 할 수 있는가? 만약 개인주의적 관점에선 이는 너무한 처사이다. 그러나 그들 후손이 그 공동체에서 얻을 수 있었던 이득, 인프라, 그래서 다른 사회에서는 얻을 수 없는 수혜나 가능성을 받았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그 후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 조상이 범했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여러모로 도덕에 대해 아무것도 결론 지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 대해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

다만, 저자의 핵심 주장이 굉장히 뒤늦게 등장하기 때문에
거기까지 나아가는데 깊은 호흡을 요구한다. 덕분에 독자는 핵심 논지를 파악하기 전에 질리거나 난해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즉,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 점에서, 초반부에 출판사에서 이 책의 논지를 좀 더 쉽게 파악하도록 해제를 달아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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