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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쫓아오는 밤 (양장) - 제3회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수상작 ㅣ 소설Y
최정원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제대로 된 스릴러물을 읽은 기분이다. 영어덜트소설상을 수상했다고 했지만, 소설Y 클럽 가재본 표지의 해시태그처럼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기에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주인공은 열일곱살의 신이서와 김수하. 갑자기 등장한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 두 아이는 이미 아픔의 시간을 한번 겪어온 아이들이다. 가족을 지켜야한다는 일념하의 신이서와 마치 자신의 엄마처럼 시련에 맞서 싸우는 신이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김수하.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방식으로 싸워나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 두 아이들은 과거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상처를 치유해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도망쳐야 한다. 그놈보다 더 빨리.”
책의 카피 외에 더 어떤 말을 해서도 안될 것 같다. (스포일하고 싶지 않다.) 가재본이 영화 대본, A4 사이즈로 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며 읽기 힘들었어서 집에서 천천히 읽어야지 했었는데, 왠걸 시작하고 나니 끝까지 읽고서야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단 하룻밤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책의 속도감과 각 인물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읽혀서 놀랐다. 몰입도 최고라는 표현에 반기를 들지는 못하겠다.
그와 더불어, 책속의 ‘악마’에 대한 설정이 순간 소름 돋았다. “받아야 할 벌을 안 받고 있는 인간을 잡아먹고 산다는 악마”라는 누군가가 만들어준 캐릭터. 과연 우리는 죄를 짓지 않고 살고 있는지, 받아야 할 벌은 다 받고 정직하게 살고 있는지. 혹시, 이러한 이유로 ‘악마’를 정당화 시켜놓고 있지는 않은지, 나 역시도 ‘악마’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을 향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그 질책과 야유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수하가 두려워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분노. 자신을 비웃고 깎아내리는 이들을 모두 부숴 버리고 싶은 그 분노가 수하는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침을 튀기며 나불대는 저 입을 뭉개고 싶은 욕망에 손이 떨렸다. 딱 한 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가 잘못했다고 설설 길 텐데, 그럼 얼마나 통쾌할까.
- p.216
차마 마주 보기 두려운 눈.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쏟아 내는 저주들.
한순간 벼락같은 자각이 덮쳐왔다. 이서는 경련에 가깝게 어깨를 한 번 들먹였다.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날, 아마도 엄마가
기억하는 이서의 마지막 모습이 저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한순간이었다 해도 그때 이서의 악의는 진심이었으니까.
이서의 눈은 그 순간 바로 저렇게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 p.249
<폭풍이 쫓아오는 밤>은 앞이 안보이는 깜깜한 밤, 폭풍처럼 갑자기 들어닥친 ‘악마’같은 마음을 우리가 어떻게 스스로 이겨내는지에 대한 이야기 인지도 모른다. 도망칠 것인지, 아니면 맞서 싸울 것인지. 너무 무섭겠지만, 그래도 비겁해 지지 말자. 오늘은 그렇게 다짐해본다.
사람들의 이목이, 자신을 향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무서운 것이 아니었다. 그 질책과 야유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수하가 두려워하는 건 자기 자신이었다.
분노. 자신을 비웃고 깎아내리는 이들을 모두 부숴 버리고 싶은 그 분노가 수하는 두려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침을 튀기며 나불대는 저 입을 뭉개고 싶은 욕망에 손이 떨렸다. 딱 한 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가 잘못했다고 설설 길 텐데, 그럼 얼마나 통쾌할까. - P216
차마 마주 보기 두려운 눈.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주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쏟아 내는 저주들.
한순간 벼락같은 자각이 덮쳐왔다. 이서는 경련에 가깝게 어깨를 한 번 들먹였다.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날, 아마도 엄마가 기억하는 이서의 마지막 모습이 저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단 한순간이었다 해도 그때 이서의 악의는 진심이었으니까. 이서의 눈은 그 순간 바로 저렇게 빛나고 있었을 것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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