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로 건너가는 법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만난 김민철 작가님의 에세이 <내 일로 건거가는 법>은 카피라이터에서 이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팀장으로 이직한 작가님의 일의 세계를 이야기 한다. 비록 분야는 다를지라도, 이제 4년차 팀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시종일관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서 베테랑 팀장님의 해안을 빌려보고자 했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책은 우리 팀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졌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나는 내가 지금하고 있는 일(회사가 아니라 일이다)을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이 주는 성취감부터 힘들던 일을 어느덧 수월하게 처리할 때의 뿌듯함, 나의 힘으로 기어이 해냈을 때의 자기효능감, 힘을 합쳐서 함께 해냈을 때의 소속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각종 가르침, 반복되며 쌓이는 각종 노하우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 p.6 <프롤로그> 중에서

일하는 순간 만큼은 모든 열정을 다하고 있고, 일을 위한 자기개발로 조금씩 성장하는 나 자신을 은근 뿌듯해한다. 이 책 역시도 조금 더 나은 팀장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읽게 된 것이니 말이다. 

내가 팀장으로써 힘든 건, 내가 하고 있는 일 보다는 종종 내 마음과 같지 않은 팀원들 때문인 듯 하다. 어쩌면 그들을 포용하는 것도 내 일이겠지만 말이다. 내 마음은 그렇다. 이 일을 하면서 나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원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키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도 하고, 의견도 내고, 좀더 능동적으로 움직여 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작가님이 말하는 "수다력"이 너무너무 필요한데, 나의 내공으로는 그걸 이끌어내는 것이 너무 어렵다. 나 답지 않을 정도로 내 마음을 표현해 봐도 그걸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고, 어느덧 나는 길을 잃은 것 같다. 팀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팀장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지 않을까? 

책속엔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너무 많다. 

여섯 시가 되었다고 무작정 퇴근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무책임한 거다. 여섯시에 퇴근해야 하니까 주어진 일을 대충하는 것도 아니다. 그건 무능력한 거다. 무책임과 무능력 없이 여섯 시에 퇴근을 하겠다는 건, 매 순간 촘촘히 날을 세우며 일하겠다는 다짐이자 태도다. - p.49

불행이도, 너희 팀장은 완벽하지 않단다. (중략) 나의 요철을 누구보다 팀 사람들이 잘 알아봐줬으면 해서. 다른 누구도 아닌 팀원들이 그 요철을 잘 메꿔줬으면 해서. 팀원들도 자신의 요철을 우리에게 솔직하게 보여줬으면 해서. 서로의 요철을 서로가 잘 메꾸면서 마치 톱니바퀴처럼 우리의 일이 잘 돌아갔으면 해서. - p.75

어떤 의견을 내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어떤 어려움을 토로해도 같이 해결해줄 사람이 있다는 확신. 그게 꼭 팀장일 필요는 없다. 옆자리 선배가 될 수도, 앞자리 후배가 될 수도 있다. 그들이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더라도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당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의 결과물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의견이기 때문이다. - p.86

팀장은 어쩌다가 회사를 오래 다닌 사람이지, 독심술을 익힌 사람이 아니다. 생각을 말이라는 그릇에 담는 것. 담아서 남들 앞에 보여주는 것. 회사를 다니는 사람에게는 주어진 일을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 p.112

그게 어떤 아이디어건 간에 당신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과 동시에 그 아이디어의 주인은 회의실 안의 모두에게로 이관된다. 회의실 안의 구성원 모두가 아이디어들의 주인이다. (중략) 비판은 당신을 향한 비판이 아니고, 부족한 부분도 당신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다. 당신이 처음 낸 아이디어에 다른 이의 아이디어가 덧붙어도 기분 나빠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더 좋아지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 p.130

어째 책을 너무 팀장 입장으로만 읽은 것 같기도 하다. 그치만 나만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이러니 이 책을 팀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을 수 밖에. 

사람 때문에 일을 관두고 싶은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버티는 건, 아직은 이 곳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이다. 회사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싶어서. 그깟(?) 사람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는 건 억울하다. 

팀장은 본질적으로 사랑받기 힘든 존재다. 사랑을 받더라도, 사랑만 받는 건 불가능한 존재다. 어떤 팀장이라서가 아니라, 팀장이 해야 하는 일 자체가 팀원들을 쉴 수 없도록 독려하고, 일을 더 잘해보자며 내몰고, 때론 일 자체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소리도 좀 높이기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냉정한 말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p.163

아, 사랑받고 싶었는데.... 불가능한 것이라고 하니, 김민철 작가님의 영원한 팀장님인 박웅현 CP님처럼 '멀리 점을 찍어주는 사람'이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옳게 만들 수 있는 팀장'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나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기를. 이게 단지 나의 욕심이 아니기를 바래본다. 알잘딱갈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팀원들아 잘 부탁합니다. 저도 알잘딱갈센 할께요. 그것이 나의 일로 건너가는 법(내 일을 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법, 각자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서로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법, 그렇게 우리가 오늘에서 내일로 건너가는 법이기도 한 것 같다.



일이 주는 성취감부터 힘들던 일을 어느덧 수월하게 처리할 때의 뿌듯함, 나의 힘으로 기어이 해냈을 때의 자기효능감, 힘을 합쳐서 함께 해냈을 때의 소속감, 실패를 통해 배우는 각종 가르침, 반복되며 쌓이는 각종 노하우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자라게 한다. - P6

팀장은 본질적으로 사랑받기 힘든 존재다. 사랑을 받더라도, 사랑만 받는 건 불가능한 존재다. 어떤 팀장이라서가 아니라, 팀장이 해야 하는 일 자체가 팀원들을 쉴 수 없도록 독려하고, 일을 더 잘해보자며 내몰고, 때론 일 자체에 어깃장을 놓기도 하고, 소리도 좀 높이기도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냉정한 말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P1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