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속에는 중심이 되는 "가족" 외에도 마약, 여성주의 운동, 인종차별, 빈곤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뤄지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동안 책 제목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던 것 같다. 단순히 책속에 등장하는 제일 개혁 교회의 청소년부 이름으로써 <크로스로드>가 아니라 다양한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영어 "Crossroads"는 사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두게의 길이 엇갈려 지나가는 곳. 이 책속의 인물들은 대림절과 부활절 기간 지속적으로 서로를 가로질러 지나가고, 그로 인해서 영향을 받는다. 러스가 프랜시스와, 클램이 동생 베카와, 페리가 누나 베카와, 베카가 태너와.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마주치는 지점은 매우 중요했다. 서로가 마주치는 지점에 대해서 각자가 얼마나 다르게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오해를 하는지,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나 각자는 또 어떻게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게 되는지. 가족임에도 개개인은 매우 다르며, 그들은 그 어떤 일에도 결코 하나로 합쳐지진 못했다. 단지 인물들이 마주친 지점 뿐만 아니라, 만남에 이르는 길 동안의 이야기들, 그리고 만남 이후의 이야기까지 보여졌기 때문에 콩가루 집안이라고 욕하면서도 각 캐릭터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하게 되고 조금 더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길 위의 여정에서 만나는 "크로스로드"는 이 책의 제목이 될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crossroads"는 "cross roads"로 "길을 건너다"로도 읽힐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길을 건넌다. 러스는 프랜스시와 결국은 관계를 맺게되고, 메리언은 첫사랑이나 다름없었던 브래들리를 LA까지 찾아가서 만난다. 클렘은 베트남 지원이 힘들어지자 남아메리카로 스스로를 극복하기 위해 떠나고, 폐리는 안타깝게도 대마초를 넘어 코카인까지 마약에 손을 뻗쳐 화재를 내고 정신병원에 갇히기까지 한다. 종교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던 베키는 본인이 신과 만났다고 믿게되면서 종교적인 사람이 되고, 태너에게만 집중하면서 모양만 종교적인 자신의 부모들과는 멀어진다. 어쩌면 성장이라고 표현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각각의 인물은 어느덧 하나의 길을 건넜기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다중적인 의미로 사용된 <크로스로드>라는 제목이 이 책의 핵심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주치고, 극복하고, 그럼에도 계속 나아가는 "길". 각자의 길을 가면서 이제 어쩌면 멀어지는 일만 남은 러스의 가족.
이 외에도 이 책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너무나 다른 6명의 러스 가족외에도 러스의 외도 상대가 되는 프랜시스, <크로스로드> 청소년부를 이끌고 있는 릭 앰브로즈, 베키가 빠져드는 태너, 태너의 옛여자친구 로라, 클램의 여자친구 새런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은 굉장히 입체적이고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러스가 앰브로즈에게, 베키가 페리에게 가졌던 질투심, 메리언이 페리에게 가진 죄책감과 자기연민, 페리가 가진 인정 욕구와 불안 등 다양한 감정들은 숨기고 싶어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결국은 들어나고 만다.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중성이 이해가 되다가도 어느 순간 역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보게 되면서 연민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