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던 두사람, 마티아스와 파슈카르

밤의 양들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8월

이 책은 비록 예수가 죽기전 일주일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종교서적이 아니다. 흥미롭게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던 다른 두명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마티아스와 파슈카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일어났던 4번의 살인사건과 그것을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과 그 시대의 정치, 종교적인 권력이 살인 사건에 미친 영향까지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나의 관심은 주인공 ‘마티아스’를 중심으로 한 시대의 일종의 루머(?)에 대한 다양한 인물들의 믿음의 형태에 집중되었다. 살인사건은 그들의 믿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도구였던 것이다. 

유대인인 마티아스는 살인 피해자의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예수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심하고, 그의 마음은 지속적으로 갈등한다. 한때는 사기꾼으로, 위험한 인물로 생각했던 예수가 “죄를 지어야 용서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을 때, 한명의 죄인으로 그에게 용서받고 싶은 마음, 그를 믿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예수의 돌출행동과 스스로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에서, 그가 진정한 메시아인지 아니면 메시아가 되고자 하는지 마티아스 자신이 죽는 그 순간까지 그 의심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그런점에서 예수를 맹목적으로 믿는 마리아의 모습은 마티아스와 대조적이고, 어쩌면 본인과는 다른 맹목적인 (순수한) 믿음에서 마티아스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책 속에 등장하는 예수의 제자들의 믿음은 현실적이다. 자신의 믿음을 통해서 무엇이 되었든 대가를 바라는 믿음이었다. 그런가 하면 살인사건의 피해자들은 기적을 경험함으로써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미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파슈카르는 자신의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예수를 제거하기 위해 살인도 마지않았다. 그런가하면 또다른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조나단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신이 아니기 때문에 예수를 거부한다. 자신이 본 것만 믿는 현인(?) 테오필로스가 있는가 하면 믿음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빌라도도 있다. 각자의 믿음의 근거는 모호하고, 그 누구도 단정지어 이야기 해 줄 수 없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믿음을 찾아갈 수 밖에 없는 양들. 이 책의 제목이 "밤의 양들”인 이유인지 모른다. 

과연 나의 믿음은 어떤 것일까. 깜깜한 어둠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고 길을 찾아갈 것인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마티아스에게 공감을 하면서도, 조나단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다. 

"진정안 메시아라면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방식으로 오실 거야. 만에 하나 우리가 이번에 알아보지 못한다면 다음에 다시 오시겠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모습을 하고서 말이야.” - 2권 p.70

우리가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이지 않을까? 나의 신을 알아보고 싶은 그의 어린아이 같은 마음과 동시에 신보다 우리가 먼저여야 하는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해야 할까? 조나단처럼 진짜 ‘신(?)’이 나타나도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이 실재로 등장함과 동시에 우리는 등장하지 않을 또다른 신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와 다양한 인물들을 담고 있다. 작가의 오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어느 하나 버릴 이야기가 없다. 그래서인지 간단하게 요약하기도 어렵다. 나는 이들의 "믿음"에 대해서 읽었고,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떻게 이 책을 읽었을지 궁금해진다.

인간이 신을 믿는 이유는 그 존재를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없으리라. 가장 믿을 수 없는 대상을 가장 믿을 수 없을 때에야 인간은 비로소 믿게 되는 것이다. 신앙의 속성이란 그토록 얼빠지고 불합리한 것이다.
- P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