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직업 세계 - 캐릭터와 인포그래픽으로 발견하는 나의 미래 직업
한상근 지음, 김인성.김도형 그림 / 씨마스21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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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명절때마다 한두번 뵙는 어른들은 항상 내게 묻곤 했다.

"커서 뭐 될거야?"

정말 듣기 싫은 소리 중 하나였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커서 뭐가 될건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또 내가 커서 뭐가 되고 싶어한들 그게 쉽게 되겠나.

이런 구차한 변명들을 고사하고 나는 진심으로 내가 어른이 되면 뭐를 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래서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작가요....?" 하면,

십에 구는 "에이~ 돈도 안되는 작가는 무슨! 판사해. 의사해." 그렇게 나의 용기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가 수십년이 지나 이제 중 1이 된 딸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이는 즉각 되고 싶은게 없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도 아니고 '없다'라니...

그 당시 어른들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한 이유가 이제서야 얼핏 이해가 갔다.

야망도 없고 꿈도 없는 즉, 내눈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 한심한 청춘으로 비춰졌으니.

하지만 뒤이은 아이의 반격.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는데요?"

쥐어짜냈지만 어른에게 개무시 당했던 작가마저 어른이 된 나는 이루지 못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절감하다보니 과연 중 1때 꿈을 갖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도 아직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중 1에게 어서 너의 미래를 정하라고 종용하는게

한심스러웠지만 오늘은 끝장을 봐야했다. 왜냐하면 당장 내일까지 적성과 희망직업을 학교에 써내야했기 때문이다.

몇일 전 그 종이를 받아들자마자 나는 아이에게 가이드가 될만한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세상 변화의 속도도 따라가기 힘든 내가 아이에게 직업에 대해서 조언을 해줘봤자 구닥다리 비효율적일거고

그렇다고 챗GPT에 도움을 받자니 너무 방대하거나 또는 너무 편협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적성과 직업에 대한 책을 신중히 선택했다.

첫째, 최신 업데이트 된 직업이 소개되어야 하며,

둘째, 반드시 AI를 반영한 직업들이어야 하며,

셋째, 이왕하면 가독성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구성과 디자인이어야 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AI시대 직업세계]였다.

[AI시대 직업세계]는 게임 캐릭터같은 삽화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호되 유치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캐릭터와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 인포그래픽으로 필요한 능력과 직업 현황 그리고 그 직업의 수입까지 한눈에 인지되게 정말 잘 짜놓았다. 실제로 책을 꺼내자마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요즘 트랜드인 맞춤 MBTI까지 넣고 아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업무 자율성과 직무만족도를 도표로 넣어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각 직업마다 AI를 응용할 수 있는 협업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다.

이 책에는 일자리 전망이 밝은 직업, 청소년들의 희망직업, 직업세계에서 비중이 큰 직업, 트랜드가 잘 반영된 신직업이 총 155개의 직업이 소개되어 있다. 목록을 쭉 보면 와- 이 직업은 안없어지네 싶은 고전적이지만 기본적인 직업도 있고 나의 세대에는 없었던 신직업도 나와있는데 확실히 기술, 과학쪽 직업이 많다보니 라떼시절의 문과보다 이과 성향의 아이에게 유리한 직업들이 많았다.

우선 내가 생각하는 딸의 성향에 어울리는 직업을 3개 체크하고 아빠가 생각할 때 잘 맞는 직업을 3개 추천해서 체크한 후 아이에게 참고해서 너도 3개를 골라보라고 했다. 확실히 [AI시대 직업세계]의 책이 아이들 취향저격 책이라 아이가 꽤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고심했다. 무언가 혼자 하는 걸 좋아하고 아기자기하게 만들고 꾸미는걸 잘하는 딸에게 나는 데이터분석가,프로파일러 및 포랜식 수사관, 임상병리사를 추천했고 아빠는 변리사, 경찰관, 기자를 추천했다. 하지만 아이는 무대감독과 호텔리어와 스마트파머를 선택했다. 고른 직업들을 들여다보며 아이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의외로 아이는 직업현황의 수입과 자율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본인이 선택한 직업의 수입이 생각보다 많이 적은지 실망하며 바로 패스해버렸다.

"그래, 잘하는걸 직업으로 갖고 좋아하는건 취미로 해."

닳을 대로 닳은, 꿈이 없는 어른이 해줄 수 있는 식상하고도 현실적인 조언을 딸에게 해주었다.

결국 아이는 아주아주 어렵게 '제품 디자이너'를 골랐다. 커리어패스를 보면 관련학과, 진로준비, 진출분야 심지어 전직 가능한 직업까지 상세하게 나왔다. 아이가 막연히 고른 직업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가이드가 참 잘되어 있었다. 고르고 보니 아이의 적성에 잘 맞겠다 싶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나름 진지하게 하지만 충동적으로 고른 제품디자이너에 대해서 아이가 정보를 입력한 후 행동이었다. 마치 예전부터 제품디자이너를 간절히 되고 싶었던 사람처럼 그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아이에게 꿈을 구체화 시키는 것이 중요한 동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 꿈을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말이다.

나는 [AI시대 직업세계]이 책을 거실에 막 돌아다니게 놔둔다. 워낙 비주얼적으로 자극적인 책이라 아이들이 바닥에 떨어져있는 책을 오다가다 한번씩 들춰본다. 그러다가 흥미로운 직업을 발견하면 집중하기도 하고 직업에 대한 얕고 넓은 지식이 쌓여가는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인 막내도 열심히 들여다본다.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알고 되는 것과 모르는 것은 굉장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당신의 집에도 "되고 싶은게 없는데요."라는 자녀가 있다면 꼭 구입해서 거실에 툭 떨어뜨려놔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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