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때마다 한두번 뵙는 어른들은 항상 내게 묻곤 했다.
"커서 뭐 될거야?"
정말 듣기 싫은 소리 중 하나였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데 커서 뭐가 될건지 내가 어떻게 알겠나.
또 내가 커서 뭐가 되고 싶어한들 그게 쉽게 되겠나.
이런 구차한 변명들을 고사하고 나는 진심으로 내가 어른이 되면 뭐를 하고 싶은지 몰랐다.
그래서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작가요....?" 하면,
십에 구는 "에이~ 돈도 안되는 작가는 무슨! 판사해. 의사해." 그렇게 나의 용기는 묵살되기 일쑤였다.
이런 내가 수십년이 지나 이제 중 1이 된 딸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너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아이는 즉각 되고 싶은게 없다고 했다. '잘 모르겠다'도 아니고 '없다'라니...
그 당시 어른들이 나를 한심하게 생각한 이유가 이제서야 얼핏 이해가 갔다.
야망도 없고 꿈도 없는 즉, 내눈에는 아무런 생각없이 사는 한심한 청춘으로 비춰졌으니.
하지만 뒤이은 아이의 반격. "엄마는 뭐가 되고 싶었는데요?"
쥐어짜냈지만 어른에게 개무시 당했던 작가마저 어른이 된 나는 이루지 못했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절감하다보니 과연 중 1때 꿈을 갖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도 아직도 뭐가 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데 중 1에게 어서 너의 미래를 정하라고 종용하는게
한심스러웠지만 오늘은 끝장을 봐야했다. 왜냐하면 당장 내일까지 적성과 희망직업을 학교에 써내야했기 때문이다.
몇일 전 그 종이를 받아들자마자 나는 아이에게 가이드가 될만한 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세상 변화의 속도도 따라가기 힘든 내가 아이에게 직업에 대해서 조언을 해줘봤자 구닥다리 비효율적일거고
그렇다고 챗GPT에 도움을 받자니 너무 방대하거나 또는 너무 편협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3가지에 중점을 두고 적성과 직업에 대한 책을 신중히 선택했다.
첫째, 최신 업데이트 된 직업이 소개되어야 하며,
둘째, 반드시 AI를 반영한 직업들이어야 하며,
셋째, 이왕하면 가독성이 좋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구성과 디자인이어야 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AI시대 직업세계]였다.


[AI시대 직업세계]는 게임 캐릭터같은 삽화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호되 유치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캐릭터와 이야기로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고 인포그래픽으로 필요한 능력과 직업 현황 그리고 그 직업의 수입까지 한눈에 인지되게 정말 잘 짜놓았다. 실제로 책을 꺼내자마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요즘 트랜드인 맞춤 MBTI까지 넣고 아이들이 간과하기 쉬운 업무 자율성과 직무만족도를 도표로 넣어놔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각 직업마다 AI를 응용할 수 있는 협업방법까지 알려주고 있어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