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심플하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무주택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혹자는 '금수저인가봐' 오해할 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 것과 거리가 멀고, 지금까지 집이 있었던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부동산에 무지했기 때문이다. 나의 부동산 역사를 말하면 일단 소주 한 병 먹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결론만 말하면 아무 생각없이 나 살고 싶은 곳에 집사서 지금까지 편하게 살았다. 사실 그걸로 후회는 없다. 다만 내가 살고 싶은 곳이 다른 사람이 살고 싶은 곳과는 거리가 멀어 일명 투자나 금전적인 결과로 보면 철저히 소외됐다는 것이 아쉬울 뿐!
하지만 내가 지금 더 속이 쓰리는 건 결혼할 때 한푼이라도 보태주실까 잔머리를 굴려 산 아파트다. 2008년 당시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돈이 없다보니 외곽에 싸구려 미분양을 덜컥 잡았고 그게 입주까지 아주 문제가 많았다. 시공사랑 소송도 걸리고, 입주 때는 잔금도 없고 전세 수요가 없어 우리대신 시부모님이 울며겨자먹기로 들어가 사셨다(시댁 근처라). 그때가 2008년 당시 부동산 거품이 절정에 다다를 시기였는데, 뻥 안치고 사자마자 폭삭 주져앉았다. 계속 떨어진 아파트 가격은 분양가를 밑돌아도 한참을 밑돌았다. 십년이 지나도 다른 데는 다 가격을 회복하던데 거기만 유독 제자리였다. 초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베란다에서 뛰어내리면 플랫폼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다!), 메이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미동없는 집값을 보며 나는 결단을 내려야 할때라 생각했다. 게다가 십년이 넘으니 세입자로부터 잦은 고장과 수리 전화도 더이상 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시원하게 한장을 날리고 팔아버렸다. 매수인이 백만원 깍아달라는 말에 두말도 없이 시원하게 깍아줬다. 한장 손해본 상황에 백 정도는 뭐 도진개진이었다. 그러고는 삼일을 잠을 못잤다. 그리고 나는 패자부활전을 하리라 결심 했다. 과감히 무주택자가 되어 청약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나는 애가 셋이니까 특공을 넣을 수 있다는 막연하고 무식한 희망을 잡고. 청약 가점도 계산 안해보고.(여전히 무지하다)
와, 내가 집을 팔자마자 부동산이 무섭게 오른다. 자고 나면 천씩 올라가고 매물은 다 사라졌다. 나는 무서워서 내가 판 아파트 매매가를 검색도 못하겠다. 괜히 내가 판 가격보다 많이 올라있으면 나는 그땐 정말 몸져 누울지도 모른다. 어쩜 나는 이렇게 대세를 거스르며 살지? 부동산과 거리가 먼가? 나름 관심도 있고 공부도 하는데?
그러다 만난 <집은 넘쳐나는데 내 집은 어디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