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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혁명가의 회고록 ㅣ 빅토르 세르주 선집 1
빅토르 세르주 지음, 정병선 옮김 / 오월의봄 / 2014년 7월
평점 :
요새 가끔 너무 늦게 도착한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년엔 앙드레 고르의 <프롤레타리아여 안녕>이란 책이 그랫다. 30년 전에 나왔으면 좋앗을걸... 이번에도 그런 책 한권, 빅토르 세르주의 <한 혁명가의 회고록>. 20대에는 아나키스트, 30대에는 볼세비키~트로츠키, 40대에는 인터내셔널리스트이며 당 지도자, 시인, 소설가, 역사가, 저널리스트, 망명가...였던, 대부분 숙청당한 스탈린 반대파에서 살아남은 극소수 중 한명이다. 이 회고록은 늙어 조용한 정원이나 서재에서 느긋하게 쓰여진게 아니다. 1930년대 1세대 혁명가에 대한 스탈린의 학살잔혹극이 한창 진행중일 때, 반동화된 혁명의 비판자로서 투옥, 추방, 유배, 망명의 와중에 마치 현장르포하듯 니체의 말 그대로 피로 쓴 책이다. 그의 대부분의 소설과 시와 역사서가 그렇다고 한다. 그러니 당대는 물론 1960년대까지도 서유럽에서조차 사회주의=소련공산당이 진리였던 때에 이 분의 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던 것은 당연했고, 우리는 또 60년 더 지나서 겨우 그 이름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애석하긴하나 이또한 역사의 한얼굴이려니... 늘 궁금했던, 러시아혁명이 왜 '적'에 의해 진압된 파리코뮨보다 더 잔혹하게 '동지' 들에 의해 목졸렸는가..에 대해 그 초반낌새와 비판, 피할 수 있었던 실수, 회피, 무능, 학살...의 과정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물론 너무도 화려한 등장인물들ㅡ레닌, 크로포트킨, 트로츠키, 부하린, 고리키, 마야코프스키는 물론 로쟈 룩셈부르크, 그람시, 안드레스 닌 등 수백명의 각국의 쟁쟁한 혁명가들 ㅡ의 육성과 인물상도...
혁명, 그것도 세계동시혁명을 실천했던 사람들의 열정과 배포는 일용할 생계걱정도 벅찰정도로 왜소화된 나에겐 허황되고 도무지 가늠조차 안되서, 뭐 전혀 다른 인간종처럼 뵈지만, 요즘처럼 전 인민을 국민은 커녕 난민취급조차도 아까워하는 네오부르주아스키들을 보니 뭔 사단이 날 듯도하여, 한 세기전의 저 거인들을 인류학 견학하드끼 한번 쓰윽 올려다보는 것도 아주 시간 버리는 일은 아닐진저...
러시아의 음울하고 차가운 도시 분위기와 우랄과 시베리아 평원의 압도적 풍경도 구경하고ㅡ파스테르냐크의 닥터지바고가 떠오른다 ㅡ 매일 파업 소요 혁명이 들끓던 파리, 베를린, 빈, 벨기에의 반낭만적 열정도 감상하고, 스페인 내전에서 소련의 배신에 열받고 ㅡ조지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떠오른다 ㅡ 혁명이 소문과 다르게 얼마나 냉소, 치욕, 잔혹, 공포스러울 있는지를 수천의 자살과 수만의 유배와 수십만의 투옥과 수백만의 학살ㅡ30년대 대학살기에 공식기록으로 2천만명이 직간접적으로 죽었다, 파리코뮨은 2만명, ㅡ이 증언하는 것도 가슴 졸이며 들으며 20대 시시덕거리며 혁명운운 하던 때 떠올리며 화끈거리는 것도
주내용으로...
-파리의 극단적 아나키스트들 ㅡ테러, 자폭, 강탈
-혁명 성공후 당이 관료화되고 전체주의화, 반동화하는 과정ㅡ네프시기, 크론시타트 반란
-대중의 자발성 억압과 에너지 고갈
-인구 대다수인 농민을 적으로 만든 계기
-소련의 반동(일국사회주의론)으로 스페인내전의 패배, 코민테른 해체, 히틀러 침공 예견
-각국의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고 좌파의 경직, 몰락과 3차대전 예견(영구전쟁 상태인 냉전으로 현실화)...
을 읽을 수 있다
이 분의 책이 선집으로(주로 소설) 계속 나올 예정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