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퓨전 요리사 리틀씨앤톡 모두의 동화 32
정복현 지음, 홍연시 그림 / 리틀씨앤톡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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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최상의 완벽한 아이를 특가 판매합니다.”

 

이름 : 피랏

나이 : 11세 6개월

특징 : ‘꾹 참기’ 수업 1등 다수 경험

최신 유행 ‘주근깨’ 보유

건강하고 똑똑하고 싹싹한 성격

 

가격 대비 성능이 매우 뛰어난 특가 상품입니다!(교환 및 반품 불가)

 

우수한(?) 아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미래 세계,

아이를 소모품 취급하는 구제 불능 어른들에게

불량품 소년

처음에 보면 핏 웃음이 나오지만

이내 씁쓸한 웃음이 나오는 동화.

터키의 풍자 동화라고 해니 더욱 새로운 느낌이 듭니다.

아이를 쇼핑센터에서 사오는 내용을 통해

아이를 경제 척도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희안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눈을 돌리게 되는

그런 느낌이 드는 동화책을 만났습니다.


 

권위적이고 부조리한 세상에 매콤한 펀치를 날리는 터키 풍자 동화!

《불량품 소년》은 숨루의 아빠인 타이푼 씨가 쇼핑센터에서 새 오빠 피랏을 사 오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이를 쇼핑센터에서 사 오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 이 이야기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양성한 ‘틀에 박힌 완벽한 아이’를 돈으로 사고파는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이유와 사정을 알 수 없지만 이 세계에서는 수백 년 전부터 반듯한 아이를 사고팔아서 번듯한 가정을 이루어 왔지요. 아이 하나를 키우기도 빠듯한 집이 대부분이어서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과 지위를 짐작케 하는 척도가 된답니다.

하지만 인간도, 어떤 물건도 완벽한 것을 없다는 것.

이 책에 나오는 완벽한 캐릭터 피랏에게도

부족한 점은 있었다는 것.

 

방귀를 뀌는 단점을 발견한 엄마는

반품을 하려고 했지만 어렵다는 걸 알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눈이 돌아갔습니다.

아이들을 구입과 반품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을 어떤 좋은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학원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사실 숨루 또한 ‘꾹 참기’ 우등생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품질 확인서’를 받아서 타이푼 씨네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있었어요. 아빠는 무지막지 기업 근무 태만 부서의 부장인데, 임원 승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그런데 임원이 되려면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멋지고 훌륭한 둘째 아이가 반드시 필요했어요. 그래서 기막힌 흥정 기술(다른 말로 하면 막무가내로 우기기였지만요.)을 발휘해 점원이 ‘뿌우리 깊은 사립 학교를 졸업한 다이아몬드처럼 완벽하고 영특한 아이’라고 추천한 남자아이 ‘피랏’을 구입했지요. 승진 축하 파티를 열어서 최신 유행이라는 주근깨가 매력 포인트인 피랏을 손님들에게 깜짝 소개할 날만을 꿈꾸면서요.

부모와 자식 관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뾰족하게 짚어 보는 이야기입니다.

조금씩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을 통해

우리가 아이들에게 내놓은 잣대는 무엇을 위한 잣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가 할 일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 길을 찾을 때까지 다양한 길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훌륭하고 완벽한 아이가 되기 위해 공부는 물론이고 무엇이든 꾹 참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우등생 숨루는 결함투성이인 피랏을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묘한 매력과 추진력을 겸비한 이 임시 오빠에게 자꾸만 휘말리면서 따분했던 일상에 색다른 모험과 스릴이 끼어들지요. 소리를 지르면서 베개 싸움을 하고, 부모님의 허락 없이 외출을 하고, 손 씻는 것도 잊을 만큼 신나게 놀아 손이 까뭇까뭇해지기도 하면서요. 모두 아이들에게 금지된 일들이었지만,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숨루의 ‘죄다 금지뿐인 세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깁니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세상의 수많은 규칙과 지침들도 다시 골똘히 들여다보게 되고요.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도 장식품도 아니지요. 똑같은 틀에 끼워 맞출 수 없는 저마다의 개성과 장점이 있고요.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인지 솔직하게 묻고 답해야 할 때입니다. 대담하고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세태를 풍자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부터 가족의 의미, 의사소통의 중요성, 다양성과 존중에 대한 메시지도 슬쩍 건네줍니다. 또한 ‘방귀’로 은유된 어떤 결함이나 흠은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문제의식 또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책장을 덮으면서 피랏과 숨루가 한 의미심장한 대사를 떠올려 보세요. 어린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받아 마땅한 소중한 존재라는 당연한 사실을 깊이 되새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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