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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기행 -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지음 / 효형출판 / 200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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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라는 부제가 보여주듯이 이 책은 커피의 역사를
짚어보는 옹골진 여행이다. 커피에 미쳐, 커피 박물관을 세우고, 북한강변에 커피나무를 재배하고
자 노력하고 있는 저자 박종만씨는 우리가 커피의 진면목을 보려 하지 않고, 그저 트렌드로만 소비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양으로만 따지자면, 세계 11위(2004년 기준)다.
그러나 이 커피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커피 산업 전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이, 바리스타 되는 법 같은 지엽적인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그의 우려는
그의 책을 읽다보니, 우려로만 그치지 않았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이지만 다양한 커피 문화를 바탕
으로, 100% 수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며 자신들만의 커피  key를 만들어낸, 그리고도 좋은 커피를
찾아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는, 일본인 기업가들에 대한 그의 지적은 충분히 공감이 갔다.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 동력은 커피이지만, 그 커피를 만들어내는
노동자들의  삶은 녹록치 않음을 들여다보며 '커피 로드'의 길은 착취와 지배의 눈물의 길이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동시에 버터커피, 소금커피 등 그 지역의 색깔을 담아낸 커피가 전하는 배려와
소통의 마음도.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제작기를 겸한 여행기이기에,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좋았지만, 본문 곳곳에 커피 초보자를 위한 상세 각주를 달아주었더라면 더 친절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커피의 이름에 얽힌 유래부터, 커피의 역사, 커피산업의 개관을 알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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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서 1
브래드 멜처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관해 딴지일보의 한 필자가 프리메이슨의 음모론을 거론한 적이 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체가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을 가진 프리메이슨 사원을 상징했던 것이고, 알카에다는 이 상징을 깨부순 것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조금은 허무맹랑하게 들렸지만, 그러나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주변 정치만 봐도 얼마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 흔한가. 그러니 세계 최고의 비밀결사라는 프리메이슨이, 숨은 권력자들이 짜고 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 같은 대중 속여 넘기기야 누워서 떡먹기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게 대다수 음모론이 일단 접어두고 시작하는 부분이고.

스물 세 살 애송이 웨스 할로웨이야말로 그렇게 짜고 치는 세상에 당했다. 잘난 척 하는 비서실 차장 쯤은 ‘넣고 빼기’로 다룰 수 있다고 믿었던 젊고 건방졌던 애송이 웨스는 나스카 경주장에서 벌어진 대통령 암살 사건 때문에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그가 입은 상처는 얼굴에 국한되지 않았다. 사람들의 동정, 무관심 혹은 혐오가 가득한 시선을 받는 일상에서 위축된 마음도 마음이지만, 더 끔찍했던 건 죽을 필요가 없었던 사람을 굳이 차에 태워 죽게 만들었다는 가책감이다. 8년 세월이 지나 서른이 되었어도 그 가책감이나 죄책감은 조금도 줄지도 않았다.

그런데 죽은 줄 알았던 비서실 차장 보일이 돌아왔다! 그것만 해도 기가 찰 일인데, 어디서 낌새를 맡았는지 FBI가 달라붙는다. 그들은 보일을 잡으려 몇 년 동안 준비했다며 소재지를 불라고 으르렁댄다.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 암살범이었던 미치광이 니코 해드리안이 탈옥했다고 한다. 누굴 노리는지는 뻔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실을 그분은 알고 있었는가?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는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말해야 하나 마나를 고민하는 웨스. 그러나 짧지 않은 8년의 세월은 웨스에게도 현실감각이라는 걸 불어넣었다. 정치계란 게 그렇다. 어떤 불의가 벌어졌을 때 아웃되는 건 피라미, 잔챙이들 밖에 없다. 거물들은 건재하다. 그래서 웨스는 대통령을 찾아가는 대신( 그 정도 사리판단 능력은 생겼다!) 혼자 외로운 수사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다행히 웨스의 수사는 외롭지 않았다. 교통법 위반 전문 변호사이자 불알친구인 수완 좋은 로고가 나서줬고 떨떠름해 하면서도 전임 보좌관 드레이들도, 그리고 골칫덩이 여기자 양반도 붙었다. 그 덕분에 수사는 활기를 뜬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웨스는 용감히 백악관을 등지고 사건의 핵심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하여 그들은 워싱턴포스트지의 크로스워드 퍼즐 옆에 그려진 토머스 제퍼슨의 암호를 발견하게 된다.

 음모론과 프리메이슨이 전면에 내세워져 있기 때문에, 다빈치 코드의 아류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운명의 서>를 읽으며 <다빈치코드>보다는 <웨스트윙>을 떠올렸다. 웃으며 거짓말 쯤 밥 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의 닳고닳은 감각과 어쩔 수 없는 그 빠른 현실인식,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집요한 집착과 욕망이 어우러진 한 판 게임 말이다. 그래서일까. 정치판에 신물이 난 웨스가 대통령을 향해 떠나겠노라 밝히는 장면은 시원하고도 통쾌했다!

개인적으로는 프리메이슨 음모론이 더 심오하게 펼쳐지길 기대했지만, 서브 플롯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사실 프리메이슨 음모론보다 날 더 소름 끼치게 만들었던 건 ‘삼인조’가 벌인 행각이었다. 이 책에서야 사리사욕에 물든 3개 기관 관계자의 사기극에 지나지 않았지만,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그들이 잘못된 신념으로 움직이는 니코 같은 확신범이었다면, 그들의 날조된 정보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단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운명의 서>가 그려낼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었을까?

브래드 멜처. 처음 들어보는 작가지만 그야말로 빨려들듯 속도감 있는 전개와 생생한 캐릭터 창조가 뛰어나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질 만큼 기대가 된다. 출판사의 홍보문구대로 차세대 존 그리샴, 댄 브라운의 조합이 곧 브래드 멜처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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