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벌레라니 - 예쁜꼬마선충으로 보는 생명
이준호 지음, 임현수 그림 / 이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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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벌레라니』는 제목부터 도발적이어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읽다 보면 그 제목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길이 1mm 남짓한 예쁜꼬마선충이 인간과 절반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세포 사멸·RNA 간섭·형광 단백질 등 네 차례 노벨상을 안긴 연구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이 직접 경험한 실패와 시행착오, 새벽까지 이어지는 실험과 관찰, 그리고 결국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과학이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끝없는 질문과 끈기의 과정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닉테이션 연구였다. 예쁜꼬마선충이 먹이가 떨어지면 몸을 세워 흔들며 다른 곤충에 올라타 이동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단순한 행동 같지만 이게 신경세포와 유전자로 이어지는 거대한 생명 현상의 일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게다가 중간중간 웃음 포인트도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술에 취하는 벌레에서 ‘주당 유전자’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였다는 대목은 과학자들의 집요한 호기심과 유머 감각이 동시에 드러난다.

과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만하다. 전문 용어는 쉽게 풀어주고, 이야기처럼 진행돼서 마지막까지 술술 읽힌다. 작은 벌레의 몸짓에서 인간과 생명의 본질을 배우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고, 읽고 나면 과학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진다.


알코올만 주어도 선충은 Unc가 된다. 즉, 취한다 - P99

우리는 IL2 뉴런의 활성이 닉테이션 행동을 하는데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 P112

이 책은 생명과학의 한편에 있는 예쁜꼬마선충에 관한 폅합한 스토리이지만 생명과학, 나아가 기초과학의 다양성을 넓히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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