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육아
백서우 지음 / 첫눈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예전엔 시집살이는 누구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요즘 시집살이라고 하면 누가 그런 걸 당하고 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고 나면 부모님과 같이 사는 집들이 줄어들고 아이까지 낳으면 삼대가 함께 사는 집을 찾아보기는 더욱 힘들어지는 추세이다. 저자는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까지 삼대가 같이 살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아직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함이 예상되는데 책가지 출판한 저자가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또한 그들이 사는 모습과 감정들이 무척 궁금해진다.

 

1. 못됨과 게으름

 

보통의 며느리들은 착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살게 된다. 그 이유는 시부모님 앞에서는 순종해야 한다는 가르침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한 예부터 내려오는 남아선호 사상 때문인지 그런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그야말로 딸 같은 며느리들을 더 선호하고 있다. 저자도 자신을 못되고 게으른 편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 역시 그런 편이기에 격한 공금을 했다. 그런 우리들도 과연 착한 며느리가 될 수 있을까? 결혼 전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엄마가 해주시는 밥만 먹고 쏙 빠져나가기 일쑤여서 살림에 그리 능하지도 못하다. 그런 내가 명절음식이며 제사 때 하는 음식을 도울 수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저자가 느낀 가장 큰 서러움은 바로 수저였다. 남편과 시어머니만 은수저를 사용하고 본인만 덩그러니 쇠수저를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딸처럼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들과 차별하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 실망스럽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2. 초보엄마

 

엄마에게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까? 자격증처럼 공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학원이라도 끊어서 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엄마도 나를 이렇게 키우셨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지기도 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누구나 아기만 낳으면 쉽게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아이를 낳고 키워본 사람만 아는 힘듦이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태교를 한다고 육아서도 보며 이것저것 책으로 공부를 해보는데 막상 아기를 낳으면 안기도 어렵고 기저귀 가는 법도 몰라 당황하는 적이 많다. 두 세 시간에 한 번씩 깨서 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를 보면서 내 몸과 마음도 모두 늙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아기가 나에게 엄마라고 불러주는 소리에 또 모든 고통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가고 아이는 그 만큼 한 뼘 더 커져 있을 것이다.

 

3. 아빠 육아

 

엄마와 아빠는 같을 수 없다는 것을 아이를 키우면서 더욱 느꼈다. 나와 남편이 아이에게 해주는 방식부터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엄마는 책을 읽어주거나 앉아서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만 아빠는 뛰어다니고 부딪히며 몸으로 노는 놀이들을 좋아한다. 아이가 더 신나게 노는 것은 맞다. 그렇게 다른 방식이 육아를 하면서 많이 다투기도 했다. 아이 목욕이나 기저귀, 밥 먹이는 일 등 사소한 일에서부터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맞춰지면서 아이가 편안한 방법을 찾아가게 되었다. 신은 아이들에게 엄마와 아빠를 주셨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을 주신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오늘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히 아이에게 사랑을 주어야겠다. 남편은 아이를 키울수록 부성애가 더 생기는 것 같다. 달려 다니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더 사랑스러운가 보다. 요즘은 못 말리는 아들바보라고 부르게 된다.

 

4. 삼대육아의 좋은 점

 

삼대육아라고 하면 불편함만 생각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좋은 점들도 곳곳에서 묻어 나와서 그래야할 상황이 생긴다면 그리 반대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도 들게 되었다. 우선 아이들을 맡아주시니 신랑과 연애시절의 기분도 내며 심야영화를 보러가는 모습이 무척 부럽게 느껴졌다. 임신했을 때부터 아이들이 많이 자랄 때까지 영화는 정말 꿈도 못 꿀 일이다. 하지만 할머니께 맡겨두고 영화를 보러가는 달콤함은 꿀 맛 같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또한 교육 문제나 아이들이 아플 때도 혼자 끙끙 앓게 되는 경우가 많은 데 어른들의 지혜로 조언이나 도움을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함께 하는 육아가 좋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언제나 웃고 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웃음을 지킬 수 있다면 배려와 사랑과 이해로 함께하는 삼대육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인상 깊은 구절: 매일같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부모님, 사람 좋은 남편 덕에 편안하게 살아왔다. ( P. 27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