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 생각’ 이라는 책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글이 많은 책을 보기 싫을 때는 그 책을 읽으며 짧은 문구와 그림으로 많은 생각을 해 줄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책으로 기억이 된다. 저자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제목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람이 그리운 날 사람을 찾다보면 꼭 만나고 난 다음에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실컷 이야기하고 나면 풀릴 줄 알았는데 ...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것 같고 또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도 없었을 때가 그렇다. 그런 날엔 시를 읽으라고 한다. 너무 서툴러서 전하지 못한 말이 있을 때, 상처만 신경 쓰느라 전하지 못했을 때, 더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 마음이 닿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겨본다.
저자가 다 하지 못한 사랑표현은 부모님에 대한 것이었다. 내가 아이를 낳으면 아이에 대한 사랑표현은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 등등 잘 하는 편인데 그 표현을 그대로 부모님께 하기는 조금 더 서툴고 어려워진다. 부모님께 받은 사랑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도 너무 늦어버린 사랑표현에 이제야 아버지께 사랑한다고 표현했다고 하는데 나도 이제는 표현을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중 문정희님의 『겨울사랑』이라는 시에서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순기지 말고 라는 표현이 나온다. 꼭 꽁꽁 얼어버린 부모님에 대한 마음을 그대로 녹일 수 있는 표현인 듯하여 마음에 와 닿는다.
시를 읽어보면 세상이 참 신선해 보인다. 평소 시를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이렇게 한 번 씩 시를 볼 때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매일 보이는 그릇이나 꽃, 물병 등 흔한 것들도 시에서 보면 신선하고 신비로운 소재들이 된다. 그래서 삶이 재미없고 무료하게 느껴질 때면 시를 읽어보면 평소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한 번에 쭉 읽고 덮어버리기 보다는 곁에 두고 매일 한 편씩 읽는 것을 권하고 싶다. 하루마다 느끼는 나의 감정은 매일 다르다. 컨디션이나 주변인들로 인해 나의 몸도 마음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마음에 와 닿는 시도 다를 것이다. 그러니 아끼고 아껴두면서 하루에 한 편씩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배창환님의 『아이에게』라는 시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라고 조언하는 시다. 보통의 자기계발서에서 한 권의 책으로 길게 늘어뜨려 설명된 내용을 한 페이지에 그것도 몇 안 되는 문장으로 압축되어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는 한 권의 자기계발서보다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시를 읽는 매력이고 힘일 것이다. 썩은 내음을 견디기 힘듦으로 돈을 많이 벌지 말고, 의로운 이름 말고는, 따뜻한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홀홀 벗은 몸으로 내게로 오라하고 마무리가 되는 시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욕심이 많아진다. 그 욕심은 채우면 채울수록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크고 많아지는 것 같다. 이 세상에서는 도저히 채울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 시에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말고 처음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났던 것처럼 그 상태로 돌아오라고 한다.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시다. 끝 부부에 나오는 정채봉님의 『오늘』이라는 시도 참 좋다. 꽃밭을 그냥 지나치고, 새소리를 지나치고, 밤하늘의 별을 세지 못하고,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하고, 곁에 계시는 하나님을 잊은 시간들 때문에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다는 시. 충분히 소소한 것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오늘. 이 책에 담긴 시들을 통해 하루가 더 소중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