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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 아파서 더 소중한 사랑 이야기
정도선.박진희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9월
평점 :
결혼을 하고 나니 부부 이야기에 관한 책이 더 재미있게 읽어진다. 다른 부부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설마 우리 부부만 이렇게 아웅다웅 싸우고 화해하며 행복한(?) 전쟁을 치르듯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부부는 결혼을 하고 아내의 암 진단으로 인해 병을 이겨내는 병원에서의 삶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지에서 보이는 손을 맞잡은 부부의 웃음에 소박한 행복이 가득 묻어있다. 언제나 가까이 있을 때는 서로의 소중함을 모르는 법니다. 가까이 있을 때 조금 더 잘해주고 사랑해줄 수 있을 때 마음껏 사랑해주고 나중에 죽음 앞에서 서로에서 후회 없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혹시 모를 새드 엔딩으로 끝이 날까봐 책을 읽기도 전에 마음이 초조했는데 다행히 서문에서 지금은 어느 정도 건강을 되찾았다고 하니 부부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선배 부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2번 째 결혼기념일을 맞은 부부. 결혼기념일엔 왠지 멋을 부리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야할 것 같지만 이 부부는 케일주스를 갈아 짠을 하고 다음 번 결혼기념일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하며 서로를 축하해준다. 남들이 하는 데로 다 하고 살아야 꼭 행복한 삶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남들과 비교하며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산다면 내 삶은 언제나 뒤처지고 남의 그림자처럼 사는 삶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에는 화려한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보다는 소박하게 서로가 먹고 싶은 음식을 나눠먹으며 결혼생활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회상하며 보내고 싶다. 이 부부의 만남은 책을 통해 이루어졌다. 절판된 책을 찾아주려는 남자와 그 책을 소장하고 있었던 아내.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의 공통점이 너무나 많았고 평생 기다리던 이상형을 만났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그녀를 안아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각자의 집에 붙어 있었던 세계지도와 여행하고 싶은 루트를 보니 너무 비슷했던 모습에 이 두 사람은 정말 인연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결혼을 결정할 때 남편과 노년에 이루고 싶었던 꿈이 같았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싸우기도 하면서 그 꿈을 위해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로의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커플들을 보면 그 조건이 내 것이 되리라는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할 것이고 언젠가는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결혼생활도 깨지기 마련이다. 서로의 가치관과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 신중하게 결혼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래야만 삶에 지쳐 희미해져가는 나의 삶이 그나 그녀를 만나 선명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부부의 삶을 꿈꾸다 2개월 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내가 암에 걸린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냐며 땅이 꺼지듯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울며불며 통곡을 할 법도 한데 아내는 오히려 태연한 모습을 보인다. 나보다 남편이 더 미안해 할까봐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은 이 병에 대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한 가지를 깨닫는다. 내가 세상의 정답인 듯 건방지게 살아왔지만 더 낮아져야겠다는 점이다. 모든 생명과 함께 사는 인생이니 내 몸 내 자신을 조금 더 소중히 아끼고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부부는 200일간의 긴 여행을 하게 된다. 몸이 아픈 아내를 데리고 긴 여행을 결심하게 되는 남편이 몇이나 될까? 세상의 눈으로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조그만 용기를 얻어 앞으로는 우리 부부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삶을 살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들은 두렵지만 자신 있고, 설레지만 익숙한 그런 마음을 가지고 새로운 땅으로 출발한다.
여행을 하면서 이들 부부가 보여주는 사람들과 장소 곳곳은 정말 지금이라도 하는 일을 멈추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보고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고 마음에 여유와 사랑으로 풍요로워질 것 같은 여행이다. 여행의 막바지에 쓴 버킷리스트는 큰 꿈들이 아닌 소박한 꿈들이었다. 소박한 버킷리스트의 항목들이 더욱 많아지길... 앞으로 함께 하는 나날들도 지금처럼 잡은 두 손 놓지 않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소소한 행복을 맛보며 행복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