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해외 여행은 누구에게나 설렘 그 자체다. 몇 해 전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다녀왔다. 조금 특별한 설렘을 갖고 떠났다. 그것은 단순히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고, 학교의 지원아래 "문화기행"을 다녀온 것이다. 그 나라의 문화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그리고 "도서관"을 방문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도서관은 멜번의 "빅토리아 주립 도서관"이다. 초록색 등불을 밝히고 있는 아주 예쁜 도서관이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예쁘고 예쁜 도서관. 어린시절부터 접해온 도서관이었지만 도서관을 "예쁘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그 뒤로 어딜 가든 "도서관"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도서관이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와 많은 비교가 되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 갔다왔다. 필요한 책은 아직 서가에 꽃혀있지 않았고 보고싶은 잡지는 들어오질 않았다. 도서관에서 CD나 DVD를 빌려주는 일은 없다. 윗층으로 올라가 열람실에 앉았지만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은 나오질 않는다. 몇 해 전 다녀온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서관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공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도서관 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은 매일 몸소 느끼고 있는데, 이번에 읽은 바로 이 책 "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내가 다녀온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닌 "유럽"에서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선생님들은 도서관을 다녀오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도서관을 탐방했다. 아직 유렵여행을 해보지 않았으나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곳의 도서관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았던 "예쁜 도서관"이 이곳에도 많았다. 그들이 12박 14일을 여행하며 보아온 도서관에서 우리의 도서관 현실이 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런던의 "차링크로스 도서관"은 중국 이주민을 위한 소설과 잡지, 여러 자료를 따로 구비해 놓았다. 나는 지방에서 살아서 우리나라의 큰 도서관은 가보지 못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시에서 가장 크다는 도서관을 가봐도 한글과 영어로 된 책뿐이었다. 학교 도서관에도 물론 우리나라 책과 영어책뿐이었다. 아직은 외국인 노동자나 해외 이민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현재 증가하는 추세고 시골에서나 공장단지에서는 많이 볼 수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책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도서관에서 동사무소 역할을 담당하거나 각 도서관에 여러명의 사서교사를 두는 유럽 여러 나라의 도서관의 모습을 보고 아직은 우리나라 도서관 현실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못사는 개발도상국들은 책 한권이 귀하고 지붕없는 공간에서도 공부하는 현실인데 우리나라 도서관을 가보면 어엿한 건물에 많은 책이 쌓여 있어도 책을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국의 좋은 도서관 현실을 보면 부럽고 따라가고 싶으면서도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감사해하며 책을 읽어야하는데 실생활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갖은 자 때문에 내가 초라해진다. 도서관 실태가 어떻든 무엇이 부족하든 많은 책을 읽고 가슴에 담아둔다면 더 많이 발전하고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유럽의 도서관이 많이 부럽고 그곳에 가면 공부가 절로될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작은 공간이지만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는 현실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도서관이 더욱 발전하고 그 속에서 더 많은 인재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안타까운 현실을 조금씩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선생님들이 생각한대로 우리나라에는 도서관 수가 부족하다. 우리 동네에 있는 가장 가까운 도서관은 열심히 걸어서 가면 30분이 넘는다. 버스를 타고 가야 나오는 도서관이다. 하지만 나는 익숙하기 떄문에 이것이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파리에는 파리시에만 60개의 도서관이 있고 독일에는 걸어서 10-15분 마다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만해도 도쿄에만 350개의 어마어마한 도서관이 있다고 하니 이런 선진국에 비하면 초라한 우리나라 도서관의 현실이다. 도서관에 좀 더 투자해서 우리가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듯이 마음 편하게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신문이나 잡지를 보고 나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선진국 도서관에서 부러웠던 것은 또 하나, 음반과 DVD대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도서관이 있을까? 내가 가본 도서관에서는 아직 음반이나 DVD를 대여해 주는 곳은 없었다. 대여해준다면 아주 편리하고 많이 이용할 것 같다. 우리 도서관에도 이런 시스템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랑스 "미테랑 도서관"에서는 최초 금속활자 "직지심체요절"이 전시된 적이 있다고 한다. "미테랑 도서관"은 특별전시전을 여는데 그것을 홍보할 때는 벽에 엑스자의 붉은 글씨를 표시한다. 사진으로 봤을때 이것이 무엇인가 했더니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조금 씁슬하다. 제국주의 시대 때 강대국이었던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직지심체요절"을 자기네 나라에서 버젓이 전시한다. 하루 빨리 반화했으면 한다. 외국에 나가서 우리의 문화 유산을 고스란히 빼앗긴 현실을 직시한다면 가슴이 아플 것 같다. 훝날 "직지심체요절"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되는 날이 오길 바랄뿐이다.

 

  어떤 것이든 어떤 사건이든 기록하여 남겨놓는 것 만큼 큰 재산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 학교 도서관에서는 학생들이 손 글씨로 완성한 각종 과제들까지 보관한다. 나의 학창시절에 과제를 제출하면 선생님들이 채점을 하고 돌려주거나 잃어버리거나 해서 결국에 지금 남은 것은 몇개 뿐인데 그 때 썼던 나의 글씨와 나의 생각은 참 소중하다. 그래서 그 당시의 나의 물품들을 간직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그러한 귀한 자료들을 학교가 관리하고 보존하니, 이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참 귀하게 느껴진다.

 

  선생님들과 함께한 유럽의 도서관 여행이었다. 선생님의 아들과 딸도 함께했는데, 나보다 어린 녀석들이 나보다 훨씬 똑똑하게 글을 써내려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책읽는 도중 학생들이 느낀 그대로를 자세히 적어내려간 글은 책을 읽는 종종 심심함을 달래준다.

  함께 도서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도서관문화가 좀 더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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