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 작가의 신작 '이상한 엄마'

사실 몽실몽실한 구름에 얼굴이 가린 선녀를 볼 때 마음속으로... 선녀가 이쁠 줄 알았다.

하늘나라에 가지 못하게 된 선녀가 현대사회에서 엄마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관한 얘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왠걸!

분은 허옇게 칠해서 중국 경극배우 못지 않고, 눈은 옹이구멍만한데다 마스카라를 칠했나 속눈썹만 힘껏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콧구멍은 짝짝이에 입은 툭 튀어나온데다 이도 가지런하지 못하다. 거기에 빨간 연지곤지와 입술은 왠말이람.

 

그렇지만 이 이상한 엄마는 따뜻하게 감기에 걸린 호호를 감싸안아준다. 따뜻한 달걀국을 끓여주고(맛은 이상하지만) 프라이를 부쳐 집안을 데워주었으며, 본인의 특기를 십분 발휘해 건조한 실내에 안개비도 뿌려준다.

 

 

 

하이라이트는 크고 푹신한 구름에 호호와 호호 엄마가 폭 안겨 잠드는 장면이다. 혼선으로 인해 선녀님께 잘 못 전화를 건 덕분에, 감기로 약해진 호호와 그리고 어른인 호호 엄마도 그 옛날 엄마가 안아줬을때처럼 안겨서 잠이 든다.

그리고 호호와 호호 엄마는 엄청난 저녁밥을 보고 입을 딱 벌린다.

 

일단 이 책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호호 엄마의 뱃살이라든지, 사무실과 집 안의 소품들. 벽에 걸려있는 호호의 아기적 사진. 수학익힘책이나 레고, 냉장고에 붙어있는 호호의 그림 등이 그러하다.

 

그리고 '일하는 엄마'들의 자식에 대한 죄책감을 치유해주는 것 같다. 이 시대 엄마들은 참 바쁘고 힘들다. 아이가 아파도 회사 생활에 마음놓고 아이를 돌보러 갈수도 없는.... 그 때 이상한 선녀님이 나타나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장면을 보고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때 이 조금은 요상하게 생긴 선녀님이 참으로 아름답고, 예뻐보인다.

 

마지막 장면에 선녀님의 날개옷을 발견하는 컷을 넣어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옷을 깜박 놓고 간 선녀님이 돌아와서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든가.... 영화식으로 하자면 '2탄'을 기대해볼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