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2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에 띈다는 건 무언가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것이다. 84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구성은 내게 낯설고 생경했다. 단선적인 시간 개념에 익숙한 내게 ‘태고의 시간들’은 하나의 서사 속에서 여러 개의 시간이 동시에 숨쉬는 세계를 들이밀었다.

이야기는 폴란드의 가상 마을 태고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이 소설은 ‘흐른다’는 표현보다 ‘넘실거린다’는 말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시간과 기억, 정체성을 짊어진 채 현실과 신화를 넘나들며 살아간다. 한 사람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단정 짓기란 불가능하다.

- 어쩌면 시간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과거를 먼지처럼 흩어지게 해서 결국엔 돌이킬 수 없이 부서뜨리길 바라는 게 아닐까?(p.365)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며, 때로는 원조차도 부정하는 나선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을 하나의 방향성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고 여러 시간과 공간에서 바라보고 해체해본다면 삶은 또다른 방향으로 흐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