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개자식에게
비르지니 데팡트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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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눈에 띈다는 것은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아주 보기 좋거나 아주 보기 싫거나. 이 책에 눈길이 끌렸던 건 후자에 가까웠다. 보기 싫다기보다는 ‘불편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페미니즘, 미투 운동, 나이 듦, 중독, 우울증, 코로나 등 21세기 현대 사회의 문제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세상은 편리하고 좋아졌지만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악화된 지금,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뭘까.

소설은 사십대 남성 작가 오스카가 인스타그램에 오십이 넘은 여배우 레배카의 외모를 비하하는 피드를 업로드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피드를 본 레베카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라는 제목으로 오스카에게 메일을 보낸다. 오스카는 회신을 하며 최근에 자신의 도서 홍보 담당자였던 이십대 여성 조에로부터 미투 고발을 당한 사실을 전하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한다.

왜 조에는 자신의 페미니즘 블로그에 오스카와 일하며 겪은 성추행과 부당한 해고 등의 대해 포스팅을 했어야 할까? 왜 오스카는 어릴 적 누나의 친구였고 현재는 톱스타인 레베카에게 자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 항변하는 걸까. 대해 변론할까? 왜 레베카는 열 세 살부터 지금까지 마약에 중독된 걸까?

아마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레베카는 ‘조에 카타나의 언어를 듣는 법을 배웠(p.119)’고 또한 오스카에게 ‘젊은 친구. 나는 당신 말을 듣고 있(p.110)’다고 말한다. 그녀는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p.102)’고 묻는다. 그렇다면 왜 듣지 않는 걸까. 나는 책의 후반부에서 그 이유를 찾은 것 같다.

  • 당신들 모두, 남자든 여자든 결국 종착지는 같습니다. 가장 비열한 곳으로 가죠. 그것은 극우파입니다. 진흙탕에서 살아가며 멸시받는 것을 즐기죠. 그 사람들에게는 금기가 없습니다. 실용적이죠. 그거 권력만을 원합니다.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주 조금의 권력 말고는요. (친애하는 개자식에게 p.388)

지금 이 시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바로 ‘권력’이다. 권력자가 타인의 의견을 말살하는 순간, 사람들은 어떻게서든 그 ‘권력’을 가지려고 한다. 그것이 때로는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칼날임에도 서슴치 않는다. 혐오의 시대는 이렇게 탄생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듣고, 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 울고 보듬어주는 사람들 덕에 지금 이 사회가 존속되고 있다. 개자식도 ‘친애’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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