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동경하는 소설가에 대한 연민, 애인에 대한 미움, 모순된 자신에 대한 혐오 등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버린 마음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자아분열을 겪다가 결국 둘로 쪼개지는 인간의 이야기.
한숨이 푹, 나오면서도 그 감정들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라서 참 안타까웠다. '에휴 인간아...'라면서... 한편으로는 인간인 이상 인정욕구? 없을 수 없지, 열등감? 뗄 수 없지 싶어서 읽는 나도 착잡해졌다.
차라리 포기하고, 내려놓고, 인정하면 될텐데 그러기에는 애인을 사랑하는구나,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더더욱 느껴졌다.
어쩌면 헤어지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말하기 회피하던 인간이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니까 결심이 선 걸지도 모른다.
'이 인간아...' '에휴...ㅠㅠ' '으이구...' '아휴ㅜㅜ...'의 반복...
이제 그만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고 그저 애인을 사랑해라...
솔직하게 고민과 마음을 이야기하고 헤어지든가 계속 사랑하든가 둘 중 하나만 해...
박서련 작가님은 정말 인간의 양가감정과 본능, 그럼에도 연대하는 과정을 너무 잘 표현하신다.
'마르타의 일'에서부터 느꼈던 건데 작가님의 거침없는 문체가 정말 좋고, 서사에 몰입시키는 능력이 탁월하시다.
자기 전에 책을 읽는데 이 이야기들은 너무 재밌어서 잠이 달아난다. 그렇게 두 편씩 연달아 읽거나 다른 한 편 읽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애써 눈을 감는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작가님들' 목록이 갱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