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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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사람들은 비윤리적인 행위를 대리인에게 위임한 뒤 책임을 편리하게 회피한다. 더러운 일을 떠맡은 사람들은 무슨 불량배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무의식적 위임'을 받은 이들이다.

'더티 워크' 18p

'더티 워크'는 모두가 꺼리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을 말한다.

이 책에서 '더티 워크'는 다음 네 가지 구체적인 뜻을 가진다.

  1.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는 노동으로, 이따금 폭력을 행사는 것

  2. '선량한 사람들', 즉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

  3.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아니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

  4.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노동

Part 1은 교도소 안에서의 '더티 워크' 이야기다. 한국에서 교도관은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이라 평가되지 않지만 외국은 다른 모양이었다. 외국에서 교도관은 폭력적이고, 비윤리적으로 재소자를 대하는, 어디가서 제 직업을 밝히기 수치스러운 직업이라고 한다. '선량한 사람들'은 죄를 지은 사람들이 엄벌로 다스려지고, 인간으로서 대우받지 않기를 원하며 교도관들이 재소자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무시한다. 교도소에 할당되는 예산이 삭감되거나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족한 재정으로 교도소가 유지되게 하는 것에는 관심없다. 그로 인해 교도소는 더 쉬운 방법으로 재소자를 제압하려 하고 폭력의 수위는 점점 심해지며 교도관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스스로 위배함에도 불구하고 '선량한 사람들'은 그 일을 제 손으로 하진 않기 때문에 언제든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심한 폭력으로 재소자가 사망한 뒤 뉴스에서 사건을 다루게 될 때서야 교도관을 비난한다. '아무리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 해도 그렇게 비윤리적인 행동은 하면 안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이 직접 한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배경을 알고싶어 하지도 않는다. 교도관들도 그 환경 속에서 점점 잔인해지고, 서로의 폭력을 눈감아준다. 자신의 직업에 자신감을 느끼기보다 잔혹한 사람들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힌다. 이러한 폭력적인 장면을 보고 듣는 교도소 내 다른 직업 종사자들 또한 계속 상처를 받는다.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며 곪아간다. 여기에 '선량한 사람들'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 또한 '선량한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더티 워크'를 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진 않았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어떤 '더티 워크'가 있고,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었던 걸까 싶었다. 보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을 '누군가는 해주겠지'라며 암묵적으로 동의함으로써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떠맡기고 소시민으로서 나의 양심을 지키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암묵적인 동의에 의해 '더티 워크'를 하는 노동자들이 있으며, 이들의 희생으로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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