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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즈만이 희망이다 - 디스토피아 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어떤 위로
신영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없다' 시리즈 중 '건강은 없다'이다. 세계보건기구는 1948년에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온존(well-being)한 상태"라고 규정했다. "완전히" 온존한 삶은 존재할 수 있는가? 완벽함을 지향하는 건강은 신화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와, 맞아.'라며 무릎을 친 건, 나 또한 계속해서 완전히 온존함을 추구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는 걸 앎에도 계속해서 완전해지기 위해 아등바등 했던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서였다. "완전"해지라고 온갖 건강산업들이 마케팅을 하고, 사람들은 채워질 수 없는 "완전함"을 쫓으려 하고, 그러는 사이 의료가 점점 영리화되어 간다.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사이 빈부격차에 따라 의료 서비스 혜택의 격차가 커져간다. 이걸 파악하고 바꾸려하지 않는다면 의료의 공공성은 회복은 커녕 훼손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의료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그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이 책에 담겨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에게 공정한 의료가 제공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 자본에 좌지우지되며 점점 약자를 외면하는 의료 정책들, 건강한 사회를 망가뜨리려는 사회적 문제들, 국경을 넘어서 이어지는 이야기들. 암울한 이야기에 다소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각지대 없이 만인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보건의료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럴려면 자신이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늘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