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이면
박충훈 지음 / 새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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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박충훈이라는 소설가의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거울의 이면> 이라는 소설집의 제목은 눈길을 끌었다.

작가 소개란을 읽어보니 25년동안이나 글을 써 오신 원로작가이셨다.  드라마로 보았던

<대왕세종>의 원작자 이시기도 해서 내심 놀랐다.

<거울의 이면>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작가가 최근 2년간 집필한 소설들이다.

8편의 소설들은 각기 다른 8개의 소재로 쓰여졌지만, 인간의 생활속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마음들을 그리고 있다.

<어머니의 소>에서는 소를 친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을 구제역이라는 큰 장애물로 인해 기르던 소를 몽땅 묻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통해 나타내는 반면,

<아버지의 소>에서는 같은 소재와 상황속에서도 그것을 기회삼아 한 몫 챙기려는 인간들의 야비하고 비열한 욕심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땅>에서는 6.25 전쟁때 인민군이 된 형과 국군이 된 아우가 서로 부둥켜앉고있는 시체를 손자가 발견하게 됨으로 인해 민족의 아픔을 다시한번 느끼고, 통일을 염원하게 만들었다.

<그네들의 거울>에서는 고득학교에서 소위 노는 아이들이 공부잘하고 성실한 아이를 괴롭히고 꼬드겨 정말로 어이없게도 쉽게 나쁜길로 이끌어 가고마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웅의 아들>에서는 70년대 평화시장 방직공장을 배경으로 성공한 사장과 전태일을 흉내내어 분신한 강신우라는 동료와 그의 아들의 이야기가 서로 엮이면서 밝혀지는 새로운 사실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각 소설의 소재들은 조금은 낡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소재들을 통해 풀어내는 속 이야기는 인간이라는 그 자체를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인간은 정말 순수할 때도 있지만, 그 어느곳 어느때에서나 욕심 많고, 비열해 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 자신들, 우리 부모들의 일상생활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라는 점이 섬뜩하기도 하고, 반성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비판적인 내용들이라서 읽고 난 뒤에는 씁쓸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작가의 의식이 충분히 느껴지는 훌륭한 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겉으로 보이는 면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이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 기분좋은 반성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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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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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설은 처음이다.  학생시절 내게 인도는 신비하고 이상한, 그래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요즘에도 인도에 가보지 못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첨담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도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살아있는 이상한 나라, 못 살면서도 자신들은 못 사는게 아니라 구도하는 것이라는 구루들의 말을 반쯤은 믿고 싶은 신비의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어른이 되어 직장에서 출장으로 처음 인도에 가보게 되었을때는 설레임과 함께 아무데서나 누워서 자고, 고속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아이들과 소떼들을 보고 기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본 인도인들은 활달하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신분이 낮고 가난한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지켜가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늘 밝게 살았다.

신분이 높은 이들은 또 그들대로 자신감이 대단했고,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믿었으며, 그에 맞게 스마트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들은 밝고 따뜻했다.  정이 많았고,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마음을 주저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시켰다.  유럽이나 미국 친구들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매해 신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새해 인사를 해오는 그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마음 아프고 가슴이 찡했던 것이리라.  파키스탄이 원래 인도와 한 나라였다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으로 그냥 넘어가지지 않음이 당연하다.

책을 쌓아 벽을 만들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빌랄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절대로 인도가 분리되지 않을것이라 확신했고, 빌랄은 그 바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했다.

아버지의 바람을 지키기 위해 인도의 혼란스런 현실을 감추려 동분서주하는 빌랄의 이야기 곳곳에서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기 이전의 평화로웠던 생활과 종교분쟁으로 인해 분리되기 직전의 혼란스러웠던 인도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혼란한 시기 한 복판을 오직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고자 하는 일념하나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열 세살 빌랄과 그 격정의 회오리속으로 들어가 함께 흔들리는 빌랄의 형 라피크.  그리고,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같이 종교는 각각 다르지만 어릴적부터 무엇을 하든 늘 함께해온 빌랄의 친구 쌀람, 만지트 그리고 초타.

이들이 합심하여 빌랄의 계획을 돕기위해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이 어린친구들이 곧 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도 되고, 소설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점점 난폭해지는 사람들과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무서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지금 인도는 파키스탄과 싸우지는 않지만, 여전히 종교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 사람들은 매일매일 혼란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간 그 자체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깡 말랐지만, 똘망똘망하게 큰 눈을 굴리며 아버지를 위해 오늘도 뛰고있을 빌랄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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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읽을수록 논술이 만만해지는 한국단편 읽기 2 지식이 열리는 신나는 도서관 6
김정연 엮음, 김홍 그림 / 가람어린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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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의 논술 대비용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워낙 좋은 작가님들의 글들이 실려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적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  내가 학교다닐적에 배운 제목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였던지라 당시에는 사랑방에 대한 야릇하면서도 애틋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님이 결국 이루어지지 못해 매우 안타까웠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서 웃음이 절로 난다.

하근찬의 <수난이대>도 마음아프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태평양 전쟁과 6.25 전쟁을 겪으면서 장애를 겪게 된 아버지와 아들의 현실이 눈물이 날 만큼 슬펐었는데, 이번에 다시 읽어 봐도 역시 슬펐다.  이대에 걸쳐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야했던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마음속으로부터 뻐근한 아픔으로 다가와 눈시울이 젖어 들었다.

풍자소설을 멋지게 쓰시는 채만식의 <미스터 방>은 통쾌하여 하하하 웃게 만들었고,

황순원의 <물 한 모금>은 역시 황순원 선생님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끔 따뜻한 이야기였다.

윤흥길의 <기억속의 들꽃>은 어린 전쟁 고아를 두고 서로 잇속만 차리는 욕심많은 어른들에게 욕을 해주고픈 격정이 일게 했다.  결국, 한송이 들꽃처럼 허무하게 가버린 명선이가 갑자기 발견된 금가락지 주머니에 대비되어 더욱 어이없고 아프게 다가왔다.

책에 실린 소설들이 1900년도 초에서 말까지 쓰여진터라 한자도 많고, 그 당시에는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 많은점을 생각해 친절하게 책 귀퉁이에 단어의 설명을 해놓아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논술 대비용이다보니, 중심 이야기를 담고 있는 문장이나, 암시를 주는 문장에는 동그라미를 쳐서 별도의 뜻풀이를 한 점도 중고생들이 읽기에는 적절해 보인다.

김홍님이 그렸다는 그림도 토속적이면서도 당시의 상황을 재현한 듯 현실적으로 그려서 마치 그 시간에 그 자리에 있었던 인물들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나라 작가들의 좋은 작품을 많이 소개하고 우리 학생들도 우리나라 문학 작품들을 꼭 논술대비라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좋아하고 읽게 되는 문화가 형성되길 바란다.

한국 단편읽기가 2편에서 끝나지 않고, 3, 4 100편까지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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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이슬로 몸과 마음을 씻고 - 조선의 귀양터 남해 유배지를 찾아서
박진욱 지음 / 알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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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 알마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지누 작가의 전라남도 폐사지 답사기행,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를 감명깊게 읽은터라, 박진욱 작가의 유배지 답사기가 나왔다길래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들었다.

조선시대 유배지로서 인기(?)가 좋았다던 남해섬, 볕이 한창 따가운 8월에 작가가 직접 발로 걷고, 자전거를 타고 남해섬을 샅샅이 돌아보며 써낸 기행문이다.

첫장을 펼치니 섬 모양이 엄마가 무릎에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남해섬의 지도가 나타났다.  남들보다 우리나라 지도를 자주 들여다 보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해섬의 모양에 대해서는 특별한 감흥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보니 정말로 아기를 안은 엄마의 모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해서 지도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여행은 진주에서 남해가는 완행버스를 타고 노량나루까지가서 배를 타고 남해섬의 노량에 닿으면서 시작된다.  남해로 건너자마자 첫번째로 들른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 사당이 최초로 만들어진 곳이라고 한다. 

충렬사를 기점으로 작가의 발길은 서쪽 해변의 이락사, 늑동사, 관음포를 돌더니 이내 동쪽해변으로 와 대국산성을 돌아보고, 내륙의 망운산을 향해 달려간다.

내처 걷기만 하기에는 샌들이 말썽이라 헌 자전거를 하나 사서는 애마 취급을 하면서 남해섬을 종횡무진한다.  남해읍을 지나 다정리의 고인돌을 돌아보고, 찾기도 힘든 마을 깊은 곳에 숨은 삼층석탑을 기어코 찾아내기도 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조선시대 임금들과 신하들의 이야기, 붕당정치 이야기, 선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곡사를 지나고, 용문사도 지나고, 금산도 지나니 어느덧 마지막 여정인 단항까지 오게 되었다.  한곳 한곳을 직접 자전거를 타고 체험하면서 가는 길마다 마주친 마을 아주머니들의 구수하고 정감있는 사투리가 여행의 맛을 한층 돋우었다.

, 여행에서 사진이 빠질 수 있으랴.  자전거를 세우는 곳마다 찍은 사진은 무엇을 찍든 예술작품이 되었다.  늑동사도, 바란산성도, 앵강만도, 그냥 마을 처마밑에 걸린 마늘을 찍은 사진조차도 아늑하고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그 모슨 사진들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유배를 온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을 맞이하는 남해섬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문화를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420여장에 속하는 조금은 두꺼운 분량임에도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다.  역시 알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알마가 오래도록 이런 좋은책을 많이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올 여름휴가때에는 친구를 꼬셔서 꼭 남해를 가 볼 생각이다.  나도 작가님처럼 남해를 이곳저곳 실컷 돌아보고 싶다.  경판의 목재가 되는 자작나무, 산벚나무, 후박나무가 지천으로 자라 팔만대장경을 남해에서 만들었다는 학설이 재기되었다고도 하니 더욱 흥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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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시간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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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TV 드라마 <토지>에 나온 서희의 야무지고, 강단있는 모습은 서른이 훌쩍넘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강렬하게 남아있다.  어릴적에는 그 드라마의 원작자가 박경리 작가님이라는 것도 알지 못한채 온 정신을 놓고 보았더랬다. 

그 박경리 작가가 생전에 쓴 시가 다시 엮여나와 반가움이 앞섰다.  소설만 쓰시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시까지 쓰셨는지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깔끔하게 디자인된 책 겉표지에 생전의 작가 사진이 실려있어 애틋하고 아련하다.

3권의 시집에 발표되었던 시들을 한권에 가려뽑아 낸 시들은 작가와 꼭 닮은 느낌이다.  마치 시가 박경리 작가 그 자체인 듯 한 느낌이다.

시 한편한편에 작가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 누구나 알수있도록 쉽게 담겨져 있다.  

도통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어 몇번이고 다시 읽어봐야 하는 오늘날의 젊은 작가들의 시들과는 무척이나 다르다. 

삶 그 자체가 그대로 시가 된다.  저녁 어스름에 텃밭에 김을매다 올려다본 하늘에서 인간태초의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 베개를 겨드랑이 밑에 받치고 팔굽 세워 머리를 손바닥에 얹고 바라보던 창문에서 비져나오는 종말 같은 고요, 아침 일찍부터 고추밭에 물주랴, 닭 모이 주랴, 고양이들 밥 말아주랴, 떨어진 살구알도 주으랴 정신없이 보낸 끝에 조싹조싹 졸면서 아아 내 조반은 누가 하지?’ 하며 내뱉는 한마디는 나이많은 어르신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귀여우셔서 미소가 절로 나는 풍경이다.

어디 그뿐이랴.  살던곳이 갑갑했는지 속초가서 동태장사나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호기롭게

무작정 떠나 도착한 낯선 강릉거리에선 그만 움츠러 들어 아무식당에나 들러 혼자 막국수를 용쓰며 먹다가 시껍해서 돌아와서는 집 앞산머리가 보이자 눈물을 흘려버리고 마는 여리고, 순진무구한 면이 생생하게 전해 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사회를 비판하고, 못된 인사를 비판하고, 시인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일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좋은 시들이 너무많아 일일이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 중 내 심중을 울린 몇편을 소개해 본다. 

<해거름> <유배> <옛날> <불행> <조국> <문명> <못 떠난다> <눈꽃> <한밤> <아침>

<은하수 저쪽까지> <낙원을 꿈꾸며> <시인1>…

춥고 긴 겨울밤, 따뜻한 생강차와 우리들의 시간을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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