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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랄의 거짓말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2
이르판 마스터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12월
평점 :
인도 소설은 처음이다. 학생시절 내게 인도는 신비하고 이상한, 그래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요즘에도 인도에 가보지 못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첨담 기술이 발전한 시대에도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살아있는 이상한 나라, 못 살면서도 자신들은 못 사는게 아니라 구도하는 것이라는 구루들의 말을 반쯤은 믿고 싶은 신비의 나라로 여겨지고 있다.
어른이 되어 직장에서 출장으로 처음 인도에 가보게 되었을때는 설레임과 함께 아무데서나 누워서 자고, 고속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는 아이들과 소떼들을 보고 기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본 인도인들은 활달하고 자부심이 대단했다. 신분이 낮고 가난한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지켜가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늘 밝게 살았다.
신분이 높은 이들은 또 그들대로 자신감이 대단했고,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믿었으며, 그에 맞게 스마트하게 행동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들은 밝고 따뜻했다. 정이 많았고, 상대방에게 호감이 가는 마음을 주저없이 표현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시켰다. 유럽이나 미국 친구들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 매해 신년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새해 인사를 해오는 그들은 참 따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마음 아프고 가슴이 찡했던 것이리라. 파키스탄이 원래 인도와 한 나라였다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으로 그냥 넘어가지지 않음이 당연하다.
책을 쌓아 벽을 만들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빌랄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절대로 인도가 분리되지 않을것이라 확신했고, 빌랄은 그 바람을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했다.
아버지의 바람을 지키기 위해 인도의 혼란스런 현실을 감추려 동분서주하는 빌랄의 이야기 곳곳에서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되기 이전의 평화로웠던 생활과 종교분쟁으로 인해 분리되기 직전의 혼란스러웠던 인도 사람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 혼란한 시기 한 복판을 오직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고자 하는 일념하나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열 세살 빌랄과 그 격정의 회오리속으로 들어가 함께 흔들리는 빌랄의 형 라피크. 그리고, 힌두교, 이슬람교, 시크교 같이 종교는 각각 다르지만 어릴적부터 무엇을 하든 늘 함께해온 빌랄의 친구 쌀람, 만지트 그리고 초타.
이들이 합심하여 빌랄의 계획을 돕기위해 각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이 어린친구들이 곧 헤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에 읽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할텐데 하는 걱정도 되고, 소설이 끝을 향해 갈수록 점점 난폭해지는 사람들과 이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무서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지금 인도는 파키스탄과 싸우지는 않지만, 여전히 종교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란과 이라크 사람들은 매일매일 혼란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인간 그 자체에 회의가 들기도 한다.
깡 말랐지만, 똘망똘망하게 큰 눈을 굴리며 아버지를 위해 오늘도 뛰고있을 빌랄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