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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이채연 ㅣ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평점 :
진짜 축구왕 이채연을 만나고 싶다!
또 속았다!
나의 지고지순 단순함에 또 당했다!
정말이지 나는 제목 그대로 ‘축구왕 이채연’ 이야기를 기대하고 바랐다. 그랬는데 완전 실망! 이런 류의 인물과 구성, 이야기는 너무 흔하지 않나. 이런 걸 전형적이라고 하나. 재미와 감동, 갈등 요소도 영 밋밋하다.
축구에 1도 관심없던 친구가 우연히 축구부에 들어가 조금씩 축구의 재미와 매력에 빠지게 되고 훈련과 경기에 임하면서 좌절과 실패를 겪지만 용케 이겨내 용기와 희망을 되찾아 주먹을 불끈 쥐며 내일을 다짐하는 식의 결말이라니. 주인공과 주요 인물을 남성이 아닌 여성으로 그렸으나 딱 거기까지. 성평등 동화로 읽히길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솔까, 그저 축구하는 여자아이를 전면에 내세워 젠더 평등이라는 시류에 얄팍하게 편승한 동화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너무 흥분했나. 김혼비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를 참말로 애정하는 나다. 그런 내게 ‘축구왕’이라는 여자 어린이가 표지에 전면 등장한 동화가 어떻게 다가왔겠는가. 세상에! 축구 ‘왕’이래! 진짜 속으로 막 이랬다. 내게 제목이 안긴 아우라는 상당했었다. 컹컹.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문학작품으로 만나는 건, 나는, 처음이다. 축구하는 여자 혹은 운동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처음’이 갖는 빛과 그림자. 나같은 독자라면 호불호가 딱 갈릴 수 있는 지점이겠다. 나는 ‘좋지않음’이라고 굳이 또 적는다.
운동하는 여자들도 다르지 않다. 이유와 명분이 따로 있거나 거창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도 축구할 수 있어요!’ 라는 이야기가 아닌 ‘그냥 재미있으니까, 그저 좋으니까 여자도 축구해요!’ 라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이야기로도 충분하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개인적인 불쾌함을 견디지 못해 맞섰을 뿐인데, 경기에 나가지 못해 속상해서 항의했을 뿐인데....’ 등등 뒤에 이어질 이야기는 정말이지 스펙터클 네버엔딩이겠구만.
“잘 못하면 어때? 재밌잖아!”
함께라서 더 즐거운 우리들의 축구
책 뒷면을 쓱 보더니, 녀석(야구를 한다)은 말했다. “잘 못해서 경기에서 지면 완전 기분 더럽고, 재미없음! 함께라서 힘든 게 더 많음!”
이번에 새로 알게 된 책 <레나는 축구광>을 읽어봐야겠다. 미안하지만 채연이는 축구왕은커녕 축구’광’에도 한참 멀어보이는데...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