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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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가제본 도서를 읽었다. 사진과 일부 내용은 빠져있다. 하지만 촛불로 타올랐던 그때의 너나우리모두의 모습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바로 그 부분이 묶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그날부터 책은 시작한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에 심장이 오그라들며 한숨이 터졌지만, 결국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말에 환호성을 터뜨렸던 2017년 3월, 그 해 봄은 그렇게 왔다.

2016년 10월 29일, ‘이게 나라냐’는 탄식으로 시작되어 2017년 4월까지 무려 총 23차에 걸쳐 열린 촛불집회. 책은 그 집회가 열린 광장의 풍경을 보여주고, 광장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그 광장을 가만히 떠올려본다. ‘내가 오늘 들고 서 있는 이 촛불로 대한민국을 바꿔낼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으로 뭉친 장엄한 국민행렬이 존재했던 곳’이었다.

이 책의 백미는 광장 속 ‘시민의 목소리’에 주목했다는 점이라 했다. 나 또한 그 목소리에 방점을 찍는다. 수많은 목소리들 중 나는 유독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귀가 더 쫑긋 섰다. 내 안의 염치를 건드려 깨닫게 한 나의 ‘위대한’ 영웅들이라 칭송하련다. (고백컨대, ‘교복입은 시민’이란 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꼭 학교에 다니고 교복을 입어야만 시민이 되는 건 아니란 생각이 용케 들어 ‘청소년’으로 바꿨다. 이들이 ‘대견하다, 기특하다’ 고 썼다가 이 말에 어떤 위계가 담겼음을 또한 느끼게 된 것. 마땅한 말을 고민하다가 딱 떠올린, ‘위대하다’ 진정 그들은 위대했으니!)

그들의 목소리를 쫓는다. 분명 눈으로 활자를 읽는데, 귀로 그 쟁쟁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 어떤 정치가의 말보다 울림이 크다. 무심했고 무감각했던 내 안의 감정들이 깨어난다. 기쁨(喜)ㆍ노여움(怒)ㆍ슬픔(哀)ㆍ즐거움(樂)ㆍ사랑(愛)ㆍ미움(惡)ㆍ욕심(欲). 칠정을 오롯이 느끼는 환상의 경험을 선사한다.

[ 청소년도 시민이다! ]

“저희는 오늘 대자보를 썼음에도 박근혜 선배님께 대답을 듣지 못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박근혜 선배님, 성심의 교휸을 기억하십니까? 진실, 정의, 사랑입니다...”

“우리 역사를 보면 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중고생이 많이 참여했는데요. 이번에 박근헤 하야도 중고생이 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먼저 앞장서서 시위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왔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잖아요, 우리나라가.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았으니까 국민의 의견을 들어주셨으면 하고요. 꼭두각시 나라 말고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나라, 역사가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맘대로 고쳤다는 것, 국가기밀들이 그런 일반인에게 공개됐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요. 세월호 침몰되기 전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 의혹이 있습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사람들이 죽어갈 때, 대통령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게 제일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싶어요.”

“양심이 있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발 나가기 전에 우리가 궁금한 사항, 세월호 7시간에 뭐 했는지, 국정교과서를 왜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지 좀 밝히고 나갔으면, 또 책임을 좀 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왜 그렇게 국정교과서를 밀어붙이려고 하는지 너무나 궁금해요.”

“미래에 저도 어른이 되는데요. 제 아이가 ‘아빠는 촛불집회 그 때 당시 무엇을 했냐’ 물으면 부끄러울 것 같아서 나왔습니다. 한국사 선생님께서 박근혜 게이트에는 최순실이 엮이고 엮여 있어서 다 풀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습니다. 또 이렇게 여러 시민과 함께 행진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니까 너무 감동입니다. 기뻐요. 국민 여러분께 제가 이런 말을 좀 해도 되나요? 박근혜 하야 외치러 이렇게 광장에 나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하야가 되면 축제를 벌이고 마음 놓고 행복하게 삽시다!”

“국민 여러분이 함께 모여서 함께 모여서 시위한 덕분에 이렇게 추운 겨울에도 광화문이 따뜻한 느낌입니다. 행복하고 보람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고등학생들 많아요. 다만 박근혜가 왜 퇴진해야 하는제 재대로 좀 알고 시위에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을 무려 한달씩이나 추운 데서 덜덜 떨게 하는 대통령은 없을 겁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수갑 차는 모습을 이불 속에서 좀 보게 해주세요.”

“이제 대한민국은 저희 같은 학생들이 성장해서 이끌어갈 나라입니다. 굳이 어른들만 이런 시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겠고요. 우리 학생들로 이런 시위에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는 책임이 학생들에게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 옮기지 못한다. 귓전을 땅땅치는 다부진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어른의 비겁함을 통렬히 비판한다. 나또한 뻔히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나서면 너만 손해야! 그러니까 참아’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던, 용기 내지 못했던 비겁한 어른이기에 이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이 따라야 할 것이다.

[ 청소년도 주권자다! ]

청소년, 그들은 기성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SNS를 활용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궁금하면 검색하고 확인되면 행동했다. 자율적으로 집회를 열고 민주집중제로 지도부를 뽑고 쓰레기까지 깔끔히 치웠다. 다양하고 자유로운 청소년들의 움직임은 민주주의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촛불집회에 참가했지만 정권을 바꾸는 대선 때 투표하지 못했다. 투표 연령 하향에 주저하는 국회 모습은 ‘지체된 한국 민주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자연스레 ‘청소년 투표권’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단발머리를 싹둑 자르고 삭발에 나선 청소년이 있었다. 정권이 바뀐 뒤 첫 선거인 6.13 지방선거부터 청소년이 투표할 수 있도록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해달라 국회 앞 천막에서 43일간 호소를 해왔던.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국회 파행, 특검, 남북정상회담 등에 묻히고 말았다.

“중앙선관위는 청소년의 정치적 미성숙 근거가 타당하지 않다며, 이미 2016년 8월 투표 나이를 낮추는 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냈다. “18살 청소년은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는 의견이었다. 이미 여러 국내법이 18살이면 결혼도 하고(민법), 운전면허를 따고(도로교통법), 군에 입대하고(병역법), 8.9급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보장한다. 하지만 투표만 할 수 없는 ‘이상한 법적 충돌’이 바뀌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16~18살에 투표할 수 있다.
한국이 ‘19살 투표’에 묶인 이유는, 자유한국당의 ‘나홀로 반대’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줄곧 투표 나이 인하를 반대한다. 자유한국당은 18살 투표가 허용되면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의 정치적 혼돈과 함께,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선동당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한당의 우려, 어이가 없다. 다시 ‘18살 투표’에 힘을 모으자. 만 19살부터 가능한 현행 선거권(투표할 권리) 나이를 한 살 낮춰 ‘18살 이상’으로 바꾸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참정권이 없다는 것은 정치뿐 아니라 일터, 학교, 가정 모든 사회 구성에서 청소년 목소리가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정권의 대표격인 선거권은 헌법에서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도 시민이다. 따라서 청소년도 기본권인 선거권을 가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의제는 단지 청소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때 그 광장에서 촛불이었던 우리가 만들어낸 새로운 정치, 회복된 민주주의를 어떻게 보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연결돼 있으니 말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잊지 말자.
[ 우리가 촛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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