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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사태, 그날 밤의 기록
한유라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떤 사건은 처음에는 그저 뉴스에서 접하는 단편적인 이야기일 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파장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12.3사태가 그랬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떠도는 각종 소문과 불분명한 정보들이 넘쳐났고, 솔직히 말하면 그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가 계엄령이 언급된 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계엄령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무게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국가가 혼란에 빠졌을 때 가장 극단적인 수단으로 발동되는 것이 계엄령인데, 그 결정이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12.3사태의 전개 과정이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사진 속에 나오는 타임라인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막연하게 사건을 기억하는 것과, 하나하나의 흐름을 정리된 기록으로 읽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발언, 정치권의 반응, 언론 보도 내용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마치 그 시기를 다시 돌아보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낀 것은, 계엄령이라는 것이 결코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책 속에서 대통령이 계엄령을 언급하는 장면은 참 무겁게 다가왔다. 단순한 법적 조치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판단이 국민의 삶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 이번 사건을 통해 실감하게 되었다.


책에서 제시한 또 하나의 흥미로운 포인트는, 계엄령이 단순한 정치적 조치가 아니라 국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한 인터뷰에서는 시민들이 계엄령에 대해 갖는 막연한 두려움을 보여주는데, 이를 보며 그때의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뉴스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지만, 정작 일반 시민들은 그 불안감을 해소할 방법이 없었다. 그 두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기록이 꼭 필요했는데,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었다.
책의 두께는 생각보다 얇았지만,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는 상당했다. 사건이 발생했던 당시에는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혼란스러운 정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된 기록을 통해 다시 되돌아보니, 사태의 본질이 더 명확하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책을 덮으며 느낀 점은,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사건이 지나가고 나면 많은 것이 잊히기 마련이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 덕분에 우리는 그날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다. 특히, 앞으로 어떤 상황이 닥치든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정치적 이슈를 떠나서, 국민의 안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게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