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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마요, 엄마 - 소중한 내 부모 돌봄 지침서
이민경.한유진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책세상 맘수다 카페와 출판사를 통해 해당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해석으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작년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어릴때부터 바쁜 엄마 대신 할머니가 우리 남매를 돌봐주셨고,
나는 할머니와 내 유년시절의 추억을 쌓았다.
할머니는 나의 처음과 마지막을 항상 함께했다.
초등학교 입학식, 초등학교 졸업식....
....대학교 졸업식까지도..
함께 학사모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마지막으로
우리에겐 남은 사진이 없다.
우리집은 3층,
엘레베이트가 없어서 계단으로만 오갈 수 있다.
한층 한층 걸어 올라오기가 힘에 부쳤던 우리 할머니는
더이상 우리 집에 오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며 취업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핑계로
나는 할머니를 찾지 않았다.
언제나 늘 거기에 있을것이라 생각했으므로...
그녀는 묵묵히 자기 집을 지키며 우리를 기다려줄것이라 생각했으므로..
그렇게 우리를 오래 기다렸을 그녀는,
화단을 청소하다가 크게 넘어졌고 척추를 다쳐
다시는 걷지 못했다.
다시 걷지 못해서 그때부터 그녀는 병원에서 생활하게되었고
다시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녀는 긴 시간 창살없는 감옥에 갇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자신이 좋아하는 옷,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보지 못하고
그렇게 떠났다.
코로나로 보호자조차 병원 방문이 어려워
그녀는 더 외롭게 그곳을 지키다
바짝 마른 모습으로 떠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더이상 내가 알던 그녀가 아니었다.
168cm에 70kg가 넘던 풍채를 지닌 그녀가
너무나 앙상하게 마른채로 누워있었다.
언제나 늘 단정하게 쪽진머리에 비녀를 꽂고 빗으로 정갈하게 빗어넘긴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그녀가
아주 짧게 자른 머리를 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누워있었다.
그녀가 그렇게 될 동안... 나는 왜 한번도 찾지않았나..
할머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즐겨먹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왜 한번도 관심갖지 않았을까..
떠나시기 직전,
단 5분 차이로 그녀와의 눈맞춤,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후회되는 순간이 정말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이후로,
남아계신 부모님의 모습이 계속 맘에 걸린다.
어느 순간 작고 왜소해진 모습..
주름진 얼굴..
나이들어감이 느껴진다.
"언제 이렇게 약해지셨지..?"


어느날 부모님과 함께 언덕에 있는 암자에 다녀온 적이 있다.
10분 남짓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언덕이었다.
체력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 아버지가 힘에 부쳐하는 모습을 보았다.
숨 한번 헐떡이지 않는 사람이 이제 겨우 5분 걸었는데 숨을 몰아쉰다..
언제 그렇게 약해지셨나요..?
계속 나의 할머니가 겹친다.
할머니때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계속 부모님을 옆에서 지켜보고 징후를 살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 이 책을 알게 되었고, 호기롭게 서평을 신청하였다.
곧 이내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제 곧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로서 하나씩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징후를 어떻게 살펴볼 수 있는지
아주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할머니와 같이 낙상사고는 정말 무서운 거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낙상사고를 겪지 않으시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부모님의 체취로도 부모님의 신체적 질환이나 정신적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 외에 리더를 정하여 결정을 일임하게 한다거나, 상속과 관련된 실질적인 내용이 있어
앞으로 내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갔다.
미리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와
이제는 내가 부모님의 보호자가 되었다는 슬픔과
지나버린 세월에 대한 야속함과
당혹감...
하지만 그러한 나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마저도
이 책이 달래주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의 부모님이,
사랑하는 부모님이,
아직 많이 멀었겠지만
남은 기간동안엔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즐기고
존엄하게 보낼 수 있도록
미리 공부하고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부모님이 행복하고 즐거운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 미리 대비를 해야겠다.
나는 부모님의 보호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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