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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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고민은 시간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이다.

 

나에게도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윤이, 단이, 미루, 명서처럼 우리들에게도 청춘의 시절이 있었다.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그 청춘의 시간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청춘이 던지는 질문들은 여러 가지이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죽음으로 통한다. 더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아내기 위해서. 혹은 더 아름답게,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시간의 강물 위를 떠가는 배 위에서 질문들을 던지곤 한다. 우리가 던지는 질문들은 어떤 식으로든 대답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결과 빛깔에 따라 나름대로의 대답을 얻어낼테니까. 때로는 그것이 미루와 단이의 경우처럼 죽음으로 결론 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이라 하지는 말자. 가장 고통스럽고 아픈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마저도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낸 삶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힘겨운 청춘의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언젠가는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굳건하게 믿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청춘의 고통들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이 갖는 긍정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해답을 우리는 미루-명서-윤이-단이-윤교수의 관계 속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실의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 네 사람을 통해 우리는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끝나서도 안되고 결국은 희망으로 이어져야 함을 알게 된다. 윤교수의 죽음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청춘의 시절을 공유한 사람들이기에, 그 혹독한 청춘의 고통 속에서 막연하게나마 희망의 빛을 생각하게 한 이가 윤교수였기에 시간이 흐른 뒤에도 다시 한 자리에서 마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순간, 우리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청춘의 고민은 시간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이다라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던 방향으로만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닿을 듯 말 듯 우리보다 한 발 앞서가는 삶은 때로 우리를 좌절하게 하고 엄청난 무게로 어깨를 짓누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 발 더 내딛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젊은 날의 추억때문인지도 모른다. ‘청춘의 시절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데웠던 언어들이, 가치들이 생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지치지 않고 거닐게 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젊은 날의 방황은 소중하다. 열린 마음으로, 순수하게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나와 너와 우리를 고민하는 매 순간의 고통이 아름답기만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아픔들은 때로 시대와 맞닿아 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이 소설을 시간이 지나도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청춘소설로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20대 전후를 함께 했던 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그 속에 머물렀던 나의 청춘의 고민도 다시 들춰보고 싶어진다. 그 중 몇몇은 아직도 진행형이니, 나의 청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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