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화의 몰락 - 기업의 문화 지배와 교양 문화의 종말
모리스 버만 지음, 심현식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의 경찰국가, 민주주위 선교사임을 자처하는 나라, 그리고 제3세계에서 건달깡패국가라고 평가 받는 나라, 미국은 절대 몰락할 수 밖에 없다는 근거를 풍부한 역사적 예증과 함께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회적, 문명적 몰락은 불가피하게 찾아 온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책을 읽다가 문득 미국의 변방국가인 우리 나라는?하는 걱정스런 의문이 생기고 있다.

기원전 80년 '살루스트'는 로마를 평하길 <정부는 부유층에 의해 움직이고 지배층은 반복되는 정치 스캔들에 무감각하다. 대중은 전차경주라든지 검투사의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 묘사는 지금의 사회현상과 정확히 딱 들어맞다. 정치가들은 진정한 목적을 숨기고 그럴싸한 실속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하고, 정치적 상징을 앞세워 슬로건을 더욱 소리 높여 외친다. 지칠대로 지친 고대 로마시민들이 빵과 서커스에 넋이 나가 있었던 것처럼, 옆에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축구, 농구, 야구에 열광하고 텔레비젼은 24시간 에로물과 쇼핑몰을 방영하며 영화는 로키, 람보 등 허무맹랑한 허상에 혼이 빠져 사회를 정신적 죽음으로 몰고 가고 있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자는 문명이 몰락할 때 나타나는 징후로는 사회 경제적 불평등의 가속화, 사고와 지적 수준의 저화와 문맹율의 확산, 문화의 실질 요체인 정신적인 죽음 등을 들고 있다. 이런 조건이 21세기 미국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고 한다.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빌게이츠의 460억달러 순수익은 미국 전체 하위 40%에 속하는 저소득자들의 순수익 보다 많았다고 한다. 소득격차에 관한 한 미국이 단연 앞서고, 사회보장제도도 2034년이 되면 거덜난다고 한다.문맹율도 높아지고 있고, 인구는 점점 노령화되고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이 모든 것들이 '미국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또한 '몰락을 어떻게 피할 수 있나'라며 미국문화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탈출구를 제시하려는 시도와 대처방안도 제시한다.

'미국은 무슨 특권이라도 있어서 멸망이라는 역사의 원칙에 예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외라는 생각은 전형적인 미국식 오만이다.'라고 말하면서 몰락은 서서히 이루어지고, 새로운 문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변화이다. 그리고 우리시대의 몰락은 암울한 혁명적인 모습이 아니라 활기가 있고 생동감이 있는 것처럼 가장되어 찾아 온다는 것이다.미국적 사고와 제도를 닮은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책이다.

논문과 같이 예증을 너무 장황하게 많이 들어 중간에는 중첩된 이야기가 많으나 결론은 궁극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미래에 영향을 미치거나 통제를 할 능력이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명은 필시 영원히 순환하며 반복하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여러 사람들은 이 책을 필독해야 될 것으로 생각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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