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어떤 국가든지 그 사회를 운영하는 방식에 관한 추상적 원리일 뿐이며, 그것은 어디서나 다른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는 것이며, 고정된 실체가 있을 수 없다.
일본제국주의의 패망으로 생긴 공백에서 일어난 새로운 냉전질서의 패권투쟁을 산발적으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국공내전에서 한국의 6·25전쟁, 그리고 인도차이나전쟁-월남전쟁에 이르는 1945년부터 1975년까지, 그러니까 일본제국의 패망에서 미제국의 패퇴시점까지의 동아시아역사를 "동아시아 30년전쟁"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서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6·25전쟁은 동아시아 30년전쟁의 한 국면이었다.
조선왕조는 분명 확고하게 1910년까지 지속되었고 모든 사람이 왕조적 멘탈리티 속에서 살았는데, 불과 9년 만에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민주공화국"을 당연한 것으로 수용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신비롭기 그지없다.
카이사르는 황제가 되기 전에 암살당했지만 나폴레옹은 황제가 됨으로써 과거의 자신을 죽였다.
때로는 망가지고 부서져 절망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 말고는 이해관계와 생각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평화롭게 다투며 공존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기에 포기하지 못하는 제도와 규칙과 관행, 민주주의란 그런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