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 시그리드 누네즈
*그 아이들이 사는 동안 지구가 전혀 살 수 없는 곳이 되진 않더라도, 황량하고 무시무시한 곳으로 변할 가능성이 농후한데, 그런 세상으로 한 인간을 불러내는 일이 어쩌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그런 위험이 전혀 안 보인다는 듯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듯이 행동하는 일이 이기적이진 않은지, 어쩌면 심지어 비도덕적이고 잔인하진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썼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 Quel est ton tourment?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헨리 제임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 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
소설은 말기 암에 걸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화자의 오래된 친구가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기 위한 여정에 화자와 동행하기를 원하면서, 화자가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갈등 그리고 마침내 그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내면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모르고 읽으면 작가의 자전적 소설 또는 에세이 인가 싶을 정도로 인간의 삶과 삶의 의미, 삶의 고통이 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 되어 있어 그 몰입감이 어마어마하다.
예를들어, 이제는 우리 삶을 당장에라도 끝내버릴 수 있는 자연의 분노에 대한 것 이라던지, 하나의 인격체를 그의 동의없이 생산해내는 일에 질책을 마다하지 않는 어느 등장인물의 이야기에서는 마치 그 인물이 강연중인 강연장 안 죄책감 가득한 청중이 된 기분이었다.
다양한 모든 존재의 이유와 모든 고통의 이유까지 사유할 수 있는 채찍과도 같은 이야기들은 어떤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가 겪어내야할 현실인 것 같다.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빠져버리게 되는 시련의 늪, 빠져나올라 치면 곧이어 다른 한쪽다리마저 내딛어 빠질 수 밖에 없는 고통으로 점철된 세상에 살고 있다. 인간 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엔 그 나름의 삶과 고민을 안고 있을 것이다. 서로의 고통에 위로를 주는 다정함이 절실한 때,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고 나의 내면도 어루만져 줄 필요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