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살아야 할 이유 옮겨야 할 이유
강일모 지음 / 지평선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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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11평 아파트 값은 3억원이 넘는데도, 팔려고 하는 사람보다 사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을 보면 참 신기하면서도 염려스러운 일이다. 정부가 특단적인 조치의 부동산 개혁안을 발표해도,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니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시장 경제 원리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여진다. 이와 같이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므로 사람들이 서울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포화 상태에 있는, 현재 서울의 위기를 냉철하게 진단하고, 앞으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를 제안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모여들면서 교통 문제, 환경 문제, 주택 문제 등이 생겨나고, 이러한 수도권 문제 때문에 저자는 서울을 옮겨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은 수도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수도를 이전해야 하며, 이것은 곧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국민들에게 정책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래서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현재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행정수도 설계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행정수도의 건설은 정말로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하기에 충분한가? 행정수도에 행정 기능만 이전한다면,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 뿐 지역 균형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정 기능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교육, 문화 기능도 부분적으로 이전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현재 서울이 가진 기능의 대부분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며, 실제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수도권의 공동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복잡한 서울을 쾌적한 도시로 탈바꿈시키면서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정수도의 건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수도권의 인구를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행정수도 건설의 실천적 과제이다.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행정수도까지 서울의 통근권에 포함되므로 도시가 공동화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행정수도에 완전히 정주할 수 있도록 아름답고 살기 좋은, 도시 환경의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한 새 서울의 6대 비전에 기본적으로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동북아 중심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새 서울의 6대 비전으로 '기회의 도시(Opportunity City)', '재미있는 도시(Cheerful City)', '환경도시(Eco City)', '기능적 도시(Functional City)', '디지털 도시(Digital City)', '편안한 도시(Comfortable City)'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세기에 새로 건설된 신 수도의 대표적인 도시로는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호주의 캔버라가 있다. 두 도시 모두 계획 도시로서 쾌적한 이상 도시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공무원 도시라는 인상이 강해 도시의 분위기가 한가롭고 단조로워 보인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 새롭게 건설되는 행정수도에는 공무원만이 아닌,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활기차게 활동하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한다. 도시 경관 면에서 브라질리아와 캔버라는 각각 오스카 니마이어와 벌리 그리핀이라는 건축가의 단독 설계로 이루어져서 건축 경관의 다양성을 찾기 어려운데, 우리 나라의 행정수도에는 여러 건축가의 활발한 참여로 건축 경관의 다양성을 높이길 기대해 본다.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에 많은 부분을 공감하면서 읽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부분도 적지 않게 있었고, 어떤 것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어서 저자 견해에 반대의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었다.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생태적으로 안정하면서 인간적인 분위기가 연출되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신도시가 설계되어 서구 선진 도시에서 배워갈 수 있는 도시가 세워지길 소망한다. 또한 서울과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행정수도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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