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 21세기녹색교통수단
조진상 지음 / 광주사회조사연구소(월산)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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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도시 교통은 인간 중심이 아닌, 자동차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여 왔고, 결국 길의 주인이어야 할 사람이 그 공간에서 밀려나 자동차가 거리의 주인이 되어 버렸다. 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은 곧 공급 위주의 교통 정책과 상통하는데, 도로의 공급은 오히려 자동차의 이용을 증가시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 결과를 가져다 준다. 저자는 자동차 교통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녹색 교통 수단으로서의 자전거 교통을 도시 교통의 대안으로 제시하였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모색은 서구 선진 도시의 경험과 사례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만, 과거에 겪었던 선진 도시의 실패는 오늘날 우리 도시의 모습인 것 같다. 실패를 겪지 않고 선진화로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있는 느낌이다. 잃어버렸던 보행권을 회복하고, 대중 교통의 이용을 촉진시키는 방안은 선진국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도시 교통의 좋은 교훈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어 자전거 교통의 모범이 된 도시를 소개하고, 교통 정책 및 시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책 속의 풍부한 사진과 그림 자료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특히 같은 수의 승객을 수송하는 데 자전거, 자가용, 버스가 도로의 면적을 얼마나 차지하는지 비교 실험하는 사진은 매우 신선하게 접할 수 있었다.

자전거는 자동차가 유발시키는 대기 오염 및 소음 공해를 일으키지 않으며, 주행 또는 주차 공간을 작게 차지하는 장점을 가진다. 그리고 개인의 건강에 도움을 주며, 자전거 주행간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인사를 하게 되므로 인간적인 도시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교통을 주제로 한 논문 및 연구 보고서는 여러 번 발표되었지만, 자전거 교통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서는 이 책이 처음인 듯 하다. 도시 환경을 전공한 전문가가 쓴 글이지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자전거 발명사, 그리고 당시의 재미있는 자전거 이야기에 대한 주제는 흥미롭게 읽었지만, 불필요한 내용을 절제하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더 나은 책을 위해 출판을 미루기보다는 책의 내용과 체제에서 부족한 면이 많고 균형이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보완하는 편이 낫겠다는 입장을 이 책의 서문에서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판을 거듭할수록 보다 알차고 충실한 '자전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미국의 도시지리학자 존 쇼트는 그의 책 '인간의 도시'에서 인간의 도시는 전문가, 정책가,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을 통해서 행정가와 정치인들에게는 자동차가 아닌, 인간 중심의 마인드를 형성하고, 시민들에게는 교통 수단으로서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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