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의 영남대로 답사기
도도로키 히로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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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지도를 보고 옛 길을 답사하며 걷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책은 서울대학원 지리학과에 유학 중인 일본인 도도로키 히로시가 조선 시대의 영남대로를 끊어타기 방식, 즉 끝낸 지점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는 식으로 작년 1월부터 6월까지 매 주말마다 모두 19일에 걸쳐 답사한 기행 일지이다.

조선 시대에는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아홉 개의 큰 길, 즉 9대로의 간선 도로망이 있었는데 영남대로는 이 중 제4로로서 서울에서 문경새재를 지나 부산 동래에 이르는 길을 말한다.

물론 그 시대의 길이란 오늘날처럼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로 곧게 포장된 길이 아니라 진흙길이었으므로 노면이 상당히 불안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 때 영남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이 길을 걸었고, 임진왜란 때는 이 길이 일본인의 침략 루트였기 때문에 영남대로는 다른 어느 길보다도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깊은 옛 길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제 시대에 들어오면서 철도와 신작로의 개설로 우리 옛 길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오늘날에도 그 자취들은 많이 남아 있다고 도도로키 히로시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의 옛 길이 개발 때문에 계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이 땅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도도로키 히로시의 충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400년 전에 정비된 옛 길의 의미를 학자들이 이미 연구하였고, 1900년대에는 옛 길 걷기가 대중화되어 옛 길 복원 사업이 시행 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 선조들은 국토를 생명체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우리의 옛 지도를 보면 산줄기는 힘줄로, 물줄기는 혈관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 옛 지도의 아름다움도 도도로키 히로시가 우리 옛 길은 답사하는 이유 중에 하나라고 한다. 각 장마다 영남대로의 답사 코스를 사진, 그리고 지도와 함께 설명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들고 직접 영남대로를 답사하고 싶은 마음까지 가지게 한다.

도도로키 히로시는 옛 지도를 따라 옛 길을 걸으면서 답사 지역의 자연 및 인문 경관, 문화 유적, 주민과의 면담, 느낀 점 등을 우리에게 직접 말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책의 끝 부분에는 대동지지와 읍지도, 구한말지도 등에 나타난 영남대로를 현재의 도로 지도와 대동여지도에 표시하였고, 대동지지의 지명과 현재의 지명도 친절하게 비교하여 정리하였다.

도도로키 히로시는 현재 호남대로(서울~제주)를 답사하고 있으며 앞으로 한국의 모든 옛 길은 답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의주대로(서울~의주)도 휴전선으로 막힌 구간 전까지는 답사를 마쳤다고 한다. 남북 통일이 이루어져 도도로키 히로시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조선 시대의 9대로를 완전히 답사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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