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죄책감과 열등감, 아이는 부담스럽습니다
대부분 맞벌이 엄마들은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것이 좋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돈을 벌어야 하니까’, ‘내 일이 좋기 때문에’ 등의 이유로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는 자연스럽게 죄책감과 열등감을 가져와 아이가 아플 때나 다른 아이와 비교해 아이의 발달이 조금만 늦어도 내심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특히 아이가 엄마를 낯설어 하거나 별로 반가워 하지 않을 때는 ‘내가 정말 이래도 되는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아이에게 낯선 엄마가 되면서까지 일을 해야 하나’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것입니다.
최근 서울 시내 맞벌이 엄마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나는 남편이나 자녀와 많은 시간을 갖지 않는 것과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항목에 63.6%가 ‘그렇다’ 고 대답한 사실은 이런 상황을 보다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맞벌이 엄마들이 갖는 이러한 죄책감과 열등감은 전업 주부와 스스로를 비교하면서 생기는 막연하면서도 구체적인 불안감이다. ‘저 애는 저렇게 잘 크는데’. ‘저 엄마는 참 열심인데’, ‘우리 아이만 이렇게 뒤쳐져서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그러나 집에서 살림만 하는 전업 주부들도 아이들에게 하루 24시간 관심과 애정을 쏟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전업 주부들은 집에서 ‘살림과 아이 키우기’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감이 클 수 있고 이러한 부담감은 가사와 육아를 ‘완벽주의’로 이끄는 경향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전업 주부들이 아이를 통한 대리 성취를 꿈꾸게 되고 아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높은 기대감은 아이들의 자율성과 독립 의지를 꺾고 철없는 응석받이나 의존성이 강한 나약한 아이로 키울 가능성이 많습니다.
‘모친 부재’를 ‘아이가 유기, 학대 받거나 시설에 수용 방치된 정서적 심리 상태’라고 정의한 심리학자 보울비는 아이가 항상 엄마와 함께 지내고 있는 경우라 할 지라도 모친 부재의 심리적 경험을 체험하는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전업 주부인 엄마 밑에서 자란 상류층의 자녀가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도벽이나 폭력, 비행 등의 행동을 보이며 이런 행동들을 쉽사리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그 예입니다.
육아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성장에 좋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엄마가 직장에 나가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일한다는 것에 대해 엄마들이 ‘얼마나 자부심을 갖는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심리학자들의 조사에 의하면 초등학교 어린이 중 가장 잘 적응하는 층은 엄마의 직업이 전문직이든 노동자든 주부든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는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일본에서 발표된 ‘어린이의 발달 단계와 맞벌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도 엄마와 아이가 같이 있는 시간의 길이 보다는 엄마의 태도, 인품, 아이와의 관계, 대화나 접촉의 밀도와 같은 만남의 질이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마가 죄책감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늘 미안함으로 쩔쩔매는 듯한 감정을 아이에게 보인다면 아이 또한 불안감과 초조감에 사로잡히게 되는 반면, 엄마가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이를 비롯해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을 아이의 가슴에 심어 준다면 아이들 또한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죄책감으로 인한 호들갑스러운 애정 표현은 오히려 신뢰감 있고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가로막고 아이가 엄마에게 의심과 불만을 품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맞벌이 엄마들이 경계 해야 할 증후군
▶ 아이 키우기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 입니다.
이런 엄마들은 자연히 귀가 여려 어른들의 경험담이나 주변의 얘기, 최신 육아 정보, 다른 전업 주부들의 이러저러한 육아론에 우왕좌왕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일관되고 꾸준한 육아를 가로막는 자당 커다란 방해꾼입니다.
▶ 아이의 요구를 원칙 없이 들어주거나 지나치게 너그럽기 쉽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방법이 대부분 그렇듯이 지나치게 너그럽고 허용적인 자세를 갖게 돼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는 엄마의 태도에서 아이들은 ‘엄마가 나한테 뭔가 단단히 잘못한 모양’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이는 아이를 대책 없는 응석꾸러기로 키우는 지름길 입니다.
▶ 소나기식 애정 공세와 지나친 선물 공세입니다.
같이 있어 주지 못한 시간의 간격을 아이가 갖고 싶어하거나 갖고 싶을 것으로 짐작되는 선물로 대신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에게 정서적 심리적으로 애정을 쏟고 함께 놀아 주어야 할 시간에 백화점 선물 가게 코너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