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10
나쓰메 소세키 지음, 서은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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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길가의 풀'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오는 자기성찰이었다.

“내가 갈 길을 가고, 남이 갈 길을 막지 않는다”라는 타자 존중을 전제로 하는 개인주의 철학. 이는 자기중심주의와는 좀 다른, 서양이라는 거대한 대상과 마주한 동양의 작은 섬나라 지식인이 느꼈던 자기 상실의 위기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련한 정신의 토대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309)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유일한 자전적 소설이다. 실제로 친부모와 양부모로부터 연거푸 버림을 받았다는 어린 시절의 깊은 내상이 소설에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 겐조는 교양 없는 아내를 경멸하고 아내는 남편을 무능력한 허풍선이라고 여겨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아내를 따스하게 받아들일 만한 여유가 없이 공부와 일에 쫓기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늘 답답해하며 원망하고 있는 아내 사이에 교감은 없다. 현실 속 인물 등에 대한 묘사의 생생함이 전해져서 사실 조금 괴로운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관찰이 깊고 어둡다.

‘나 자신의 결국 어떻게 될까?’, ‘그는 자기의 행위를 반쯤 후회했다.’ 와 같은 자조 섞인 혼자만의 생각들은 그 당시 작가의 깊은 고민을 드러낸다. 자신의 주위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와 그로 말미암은 상황들이 그에게는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해결하려고 하는 그 우유부단한 노력들을 읽고 있자면 마음 한구석이 너무 답답해서 마치 물 없이 떡을 집어먹는 느낌이다. ‘왜 어쩔 수가 없어! 거절하라고’라고 외치고 있지만, 나 자신도 안다. 나도 저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을 거라는 것을. 비슷한 성격의 누군가를 만나면 원래 더 화가 나는 법이지.

원작의 제목은 ‘도초’이다. 길가에 풀. 인생의 목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그것을 향해 가는 걸음을 훼방하는 것들, 갈등과 다툼으로 점철된 결혼 생활을 비롯한 온각 인간관계, 특히 구차한 금전으로 얽힌 관계의 비루함과 성가심 같은 것이 이 솔이 말하는 ’길가의 풀’일 수도 있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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