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의 집 - 조선 최고 지식인.권력자 11인의 집과 사람 이야기 사람을 향한 인문학
박광희 지음 / 가치창조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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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의 집을 읽고...

 

집은 그 사람의 삶의 철학과 원형질이 그대로 녹아있는 공간이다. 살림살이의 규모가 곧 사회적 지체를 말해 주던 옛 전통사회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낮추며 살기란 쉽지 않았을 터다. 물신에 잡혀 각종 비리와 뇌물수수로 쇠고랑을 차야 될 철면피하고도 부도덕한 선량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썩어 빠진 이 사회에서 눈 맑고 가슴 맑았던옛 선현들의 삶이 그리워지는 것은 결코 새삼스러울 일이 아니다...(중략)

 

이 책의 맹사성과 맹씨행단편에 나오는 첫 소절이다.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일반 대중이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쉽게 알 수 있게 설명해 주었고, 그 역사적 상황에서 집주인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삶의 철학과 가치관, 그에 따른 학문적 경지를 알 수 있도록 하였다. 크게는 사회의 최고의 지배계층이 살았던 궁궐부터 소박하게는 유배지의 귀양처까지 나타내었다.

 

궁궐은 창덕궁과 운현궁이 사례로 나와 있으며 궁궐 주인들의 화려한 이야기보다는 주인들의 겪었던 역사의 아픔을 이야기하였다. 지방의 한적한 곳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고택들은 다산 정약용이 18년의 유배생활 후에 머물렀던 여유당과 전남의 3대 고택중의 하나인 기대승의 애일당, 경포호와 동해를 안은 족제비가 알려준 좌청룡, 우백호 형국의 천하의 명당 이내번의 선교장, 선비들의 독특한 문화공간인 별서 중의 하나로 올 곧은 선비정신을 잘 나타내는 양산보의 소쇄원, 퇴계 이황과 동시대에 살며 같은 나이지만 편지로만 우정 아닌 우정을 쌓은 남명의 산천재, 입지와 무실의 학문적 뜻을 둔 백의정승 윤증의 계룡산 줄기에 위치한 명재고택, 청빈삶 그대로를 보여주는 맹씨행단, 무오사화에 휘말려 어쩔 수 없이 생을 일찍 마감했지만 섬김과 낮춤의 정신을 가르친 일두 정여창의 일두고택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고택들의 주인들은 중앙의 높은 벼슬과 권력을 추구하기보다는 고즈넉한 풍경이 좋은 명당자리에서 학문을 탐구하고 그 학문적 가치를 실천하며 제자들을 양성하는 삶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길이 아니면 가지 않는 올 곧음, 어떠한 고위관직에 위치에 있어도 설령 왕이라 할 지 라도 바르지 않으면 그것을 아뢰어 꾸짖는 강직함과 당당함 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끔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보게 하는 역사 인문서적이다.

집은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삶의 가치관도, 철학도 담겨있다. 지금은 여러 세대가 같이 사는 아파트와 다세대가 집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가 담길 수 있을 텐데 현재 우리네 집은 어떤 이야기가, 어떤 철학이 담겨져 있을까? 벽으로 차단되어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 걸까?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차감움이 흙집과 나무로 지어진 옛집이 가지고 있는 따스함을 대신하지는 못 할까?

아니면 거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떠한 철학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일까?

옛 선현들의 올곧은 철학과 가치관 거기에 맞춰 실행하는 실천력이 부러워지면서 그러지 못하는 우리가 그리고 내가 반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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