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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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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면서 송은 희극배우의 나이가 몇이더라, 생각했다. 자기보다 많게는 열 살쯤 많을 것이다. 자기도 십 년이 지나면 저렇게 되어 있을까, 다시 생각했다. 저렇게불안하고 우울하게 안정감 없게 외롭게 가진 것 없게 내쳐진 채나쁘게, 살게 될까. 송은 희극배우가 확실히 나쁘다고 생각했다.
왜 나쁘냐면 지운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뭔가 옛일을 완전히 매듭짓고 끝내고 다음의 날들로 옮겨온 흔적이 없었다. 그의 날들다.
그냥 과거와 과거가 이어져서 과거의 나쁨이 오늘의 나쁨으로 이어지고 그 나쁨이 계속되고 계속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그는 어떤 선택을 하든지 어차피 나빠질 운명인 것이다. 선택이 실패한 것이 아니라 실패가 선택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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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메웠다. 나는 장인이 주는 뭔지는 몰라도 남자에게 그렇게좋다는 정체불명의 과실주를 받아 마신 터라 곯아떨어졌는데 비몽사몽간에 기가 말하는 걸 들었다. 뭐야 저 차들을 좀 봐, 저렇게다들 안개등을 켜고 가니까 꼭 별빛 같잖아. 이런 속도로 가다가는 집까지 두 시간은 걸릴 것 같은데 이 곡예운전이 대체 어떻게끝날지도 모르는데 기는 그렇게 말했다. 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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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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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뭔가 일이 안 풀리고 불안정하고 종종 죽고 싶고 그런데도 일은 나와야 하고 꿈은 멀고 다 귀찮고 때론 내 몸이라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 버리고 싶고 길바닥에 버리고 줄줄 새어나오게 심장이랑 머리랑 손톱이랑 발목이랑 벗어두고 홀가분해지고싶지. 그렇게 젊은 게 좋으면 니들이나 가져라, 하면서 젊다고 할수 있는 것들은 다 버리고 눕고 싶지. 아무데나 누워서 구름이나세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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