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였다고 베르타는 생각했다. 그날 저녁까지만이었다고. 남편니 죽고 나서 자신이 제법 철이 들고 너그러워졌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때는. 불안과 초조와 결벽에서 벗어날 슈 있고 기쁨에 젖어 기도를 올릴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믿음을 품었던 때는 봄 바자회에서 마리아를 만나 함께 태극기를 팔러 갔던 그날 저녁까지만이었다고,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그 잠깐 동안뿐이었다고, 눈을 찌르 여자의 양산이 싸구려가 아니었다면, 마리아의 구취가 진통제이 부작용으로 인한 오심과 구토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베르타는 비웃듯이 입가를 비틀었다. 조금 전 성당 안뜰에서 그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빅토르의 병원에 달려가 봉사할 듯이, 앞다투어 소피아의 입양을 주선할 듯이 떠들어댔지만 내일이 되면 그들중 누구도 마리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조금도 믿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해 그런 허튼소리들을 내뱉은 것일까. 베르타는 가을 저녁의 찬 기운에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이 왜 그들과 계 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 앞섶을 여- 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 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