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까지였다고 베르타는 생각했다. 그날 저녁까지만이었다고. 남편니 죽고 나서 자신이 제법 철이 들고 너그러워졌다고 확신할 수 있었던 때는. 불안과 초조와 결벽에서 벗어날 슈 있고 기쁨에 젖어 기도를 올릴 수 있으리라는 섣부른 믿음을 품었던 때는 봄 바자회에서 마리아를 만나 함께 태극기를 팔러 갔던 그날 저녁까지만이었다고,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그 잠깐 동안뿐이었다고, 눈을 찌르 여자의 양산이 싸구려가 아니었다면, 마리아의 구취가 진통제이 부작용으로 인한 오심과 구토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랬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베르타는 비웃듯이 입가를 비틀었다. 조금 전 성당 안뜰에서 그들은 당장 내일이라도 빅토르의 병원에 달려가 봉사할 듯이, 앞다투어 소피아의 입양을 주선할 듯이 떠들어댔지만 내일이 되면 그들중 누구도 마리아의 얘기를 꺼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조금도 믿지 않으면서 무엇을 위해 그런 허튼소리들을 내뱉은 것일까. 베르타는 가을 저녁의 찬 기운에 오싹함을 느꼈다. 자신이 왜 그들과 계 속 만남을 이어왔는지가 분명히 이해되었다. 참 고귀하지를 않다.

전혀 고귀하지를 않구나 우리는....… 베르타는 카디건 앞섶을 여- 미고 종종걸음을 쳤다. 한 계절이 가고 새로운 계절이 왔다. 마리아 의 말대로라면 새로운 힘이 필요할 때였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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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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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혜원의 간병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혜원과 심정적으로 가깝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자신의 삶에는 타인의 호기심과 겸허한 관심을 받을 만한 사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허무했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해 소동도 그 허무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노트에 꾹꾹 눌러썼던 시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언어의 쓰레기로 보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니 얄팍한 재능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다. 날마다 그녀의 일부가 하수구로, 하수구의 구정물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녀의 모든 것이 그리 될거라는 비관적인 허무에서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던 시절이었다. 절에 들어간 이유라면, 오직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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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꽃을 있는 그대로 그렸다면 아무도 내가 본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꽃이 작은 만큼 그림도 작게 그려야 했을테니까. 나는 그 꽃이 나에게 의미하는 것을 그려내려고 했다.
나는 꽃을 아주 크게 그렸다. 사람들은 놀라서 그림을 바라보았고, 그걸 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나는 내가 꽃 속에서 본 것.
을 아무리 바쁜 뉴요커들이라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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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 가짜 뉴스와 정보에서 진짜 돈과 자산을 지켜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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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누구에게 묻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믿는다. 연준과 중앙은행 제도는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다.
나는 진짜 문제는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하지 않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개개인이 진짜 금융 교육을 받을 수만 있다면 우리가 직면한 이 금융 위기는 별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진짜 부자가 될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이 책과 다른 책들을 쓰는 것이다.
‘위기(危機)‘라는 단어는 위험(危險, danger)과 기회(機會, opportunity)로 이뤄져있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들, 위험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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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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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먼 미래를 생각각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흙을 퍼먹는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땅속에 사는 지렁이 가족 같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끔찍함에 익숙했다. 엄마와 내가 번갈아가며 꾸어오던 악몽도,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기억도, 주기적으로끊여먹는 된장찌개처럼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 나는 웃었다. 엄마도 웃었다. 병신 같은 사람들 곁에 병신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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