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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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혜원의 간병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혜원과 심정적으로 가깝지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자신의 삶에는 타인의 호기심과 겸허한 관심을 받을 만한 사연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저 허무했다. 그렇게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이어졌던 어머니의 우울증과 자해 소동도 그 허무에 비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노트에 꾹꾹 눌러썼던 시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언어의 쓰레기로 보였던 것도 시간이 지나니 얄팍한 재능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여겨졌다. 날마다 그녀의 일부가 하수구로, 하수구의 구정물속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녀의 모든 것이 그리 될거라는 비관적인 허무에서 도무지 벗어날 길이 없던 시절이었다. 절에 들어간 이유라면, 오직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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