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박무늬 지음, 박오후 그림 / 머쓱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가을 책 한 권이 훌쩍 날아왔습니다.

네이버에서 재밌는 책제목을 발견하고 서평모집에 응모한 계기로 비롯된 인연입니다.

<오늘도 손님이 없어서 빵을 굽습니다>.

솔직, 기발, 여유……. 처한 상황에 따라 각기 달리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지만 우수와 함께 벌써 뒷모습을 보이는 가을 때문일까요? 저에겐 다소 애잔하게 다가왔더랬습니다.

시간이 흘렀고, 바로 어제, 하얀색 바탕의 심플한 디자인에 문고판 크기의 앙증맞은 사이즈를 가진 책과의 첫 조우가 있었습니다. 다음 주 부산 고향 가는 KTX에서 읽으면 알맞을 분량이라 잠시 갈등이 있었지만, 이내 서평을 궁금해 할 신참 작가의 동동거리는 모습이 상상되고, 예의 애잔함이란 첫인상이 기어코 저를 부추겨 책을 펼칩니다.

프롤로그가 나오네요. 자신을 동네서점 지하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 2’라고 소개합니다. 그럼 ‘사장 1’은 누굴까요?

네, 바로 친언니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의 저자는 1인출판사 ‘머쓱’의 발행인을 겸하고, 책 여기저기 출현하는 그림은 사장 1인 언니의 작품. 그러니 책은 과장하자면 가내수공업 수준의 출간 히스토리를 가진 책입니다.

저는 좋았습니다. 자본의 윤색과정을 배제한 체 저자의 숨결 하나하나까지 바로 전달되는 것 같아서요.

책을 관통하는 기조는 다행히 여유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회사를 나온 자매가 하루 매출 평균 3만원의 악조건(?)속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한가로움을 빵 만드는 창조의 시간으로 선용하는 과정을 마치 일기를 써 듯 담담히 토로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오늘의 sweet project'에 즉흥적으로 오른 에그 타르트, 복숭아 파이, 마카롱, 양갱 등 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하고, 조리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지며, 사이사이 이들 빵과 연관된 사사로운 얘기가 끼어듭니다.

요리에 문외한인 남자도 책 읽는 순간순간 레몬 머랭 파이의 오묘한 맛에 침이 넘어가고, 효모에 숙성되는 밀가루 반죽 소리가 들리며, 예쁘게 꾸며진 얼 그레이 모습이 눈에 선연합니다.

그야말로 공감각이 총동원됩니다.

그러나 책의 덕목을 군데군데 나오는 치열한 삶의 전투에서 살짝 비켜선 듯한 문장에서 저는 찾습니다.

“회사라는 단체 안에서는…….매뉴얼이 있습니다. 그걸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그 시스템은 대화나 논리보다 우선입니다”

팔리지 않아 냉장고에 오래 있게 된 쿠키에게 전하는 따스한 말은 절로 독자를 미소 짓게 합니다.

“그동안 냉동실 안에서 많이 추웠을 것 같아서 미안합니다”

솔직함은 사람을 감동하게 하죠!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참 마음 아픈 일입니다”

작은 책이 막 지천명을 넘은 남자를 주책맞게 울컥하게 했다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씩씩한 젊은 세대를 목격해 흐뭇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 자매의 당면한 목표는 ‘지상으로의 탈출’이라 합니다.

언젠가 꼭 한 번 자매의 터전 안산 카페로 가 볼 생각입니다.

그날도 여전히 사장 1은 컵홀더에 예쁜 그림을 그리고, 옆에선 사장 2가 부산하게 딸기 요거트 무스 케이크에 열중하고 있겠지요? 저는 추억을 돋게 하는 밤색 상투과자를 주문할 겁니다.

아 참! 사장님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더 'some more!'와 함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