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가 넘쳐나는 건 반갑다. 다만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시간 안에 할 일은 너무 많다. 그래서 늘 누군가의 추천 OTT엔 관심이 쏠리곤 한다. 나 같은 이들이 많나보다. 자신의 24시간을 써서 길어 올린 금쪽같은 OTT 작품에 감상평을 덧붙인 책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가 나왔다.흥미로운 점은 글쓴이가 OTT 콘텐츠를 보면서 전하는 메시지가 무척 새롭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놀라 홈즈’ 작품 소개를 보자. 물론 이 작품은 원작이 흥미로운 작품이긴 하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인권운동을 다룬 작품이니까. 주인공의 엄마는 이제는 조금은 알려진 서프러지스트 여성 운동가다. 게다가 코르셋’이 상징이던 시대에 ‘소녀 탐정’ 얘기라니.글쓴이는 소년들은 모험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소녀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짚는다. 후작은 모험 끝에 집을 선택했지만 에놀라의 결론은 홀로서기였다. 좁고 억압된 곳 대신 세상 속 모험을 통한 성장을 택한 것이다.“엄마가 왜 내 이름을 ‘에놀라 Enola’라고 지었는지 정말 알고 싶다. 에놀라를 뒤에서부터 읽으면 ‘Alone’이다.” 서프러지스트 여성 운동가였던 엄마가 지어준 이름은 ‘혼자’였다. 그건 고독하라는 얘기가 아니고 주체적으로 살리는 당부였다. 자전거를 타고 군중 속으로 향하던 에놀라가 다시 떠오른다.에놀라 홈즈’란 콘텐츠를 여성의 눈으로 이해하며 재구성해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다.책을 보다 글쓴이가 다음에 OTT 콘텐츠 안내를 쓴다면 도시 이야기가 어떨까 싶었다. 뉴욕만 해도 콘텐츠 ‘도시인처럼’이나 ‘섹스 앤 더 시티’부터 ‘ 프란시스 하’, ‘결혼 이야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브루클린 나인 나인’,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마이 뉴욕 다이어리’, ‘캐롤’의 뉴욕이다. 뭔가 관통하는 흐름이 있는데 다채롭다. 정말 뉴욕이다.책 속의 표현대로 우리는 ‘아름다움엔 면역이 되지 않으므로 어김없이 감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게 OTT 콘텐츠 속 이야기든, 글쓴이의 삶의 경험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