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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업 - 불교철학자가 들려주는 인도 20년 내면 여행
신상환 지음 / 휴(休) / 2022년 1월
평점 :
저자의 인생부터가 흥미롭다. 이 책에 소개되진 않지만 찾아보니, 젊어서 운동을 하다 감옥에 다녀오고 농사를 짓다가 자전거로 티벳과 실크로드 고비 사막을 여행을 한. 그리고 여행 중에 만난 일본인 여인과 결혼하더니 인도에서 20년을 눌러 산 분이다. 머리로 이해득실을 따지며 사는 게 익숙해진 나 같은 도회인에겐 저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참 부럽다. 치열한 삶이다 싶다. 이번 책 <인도 수업>은 타고르 대학 인도 티벳 학과 신상환 교수가 들려주는 인도와 티벳, 투르크 이야기다.
인도나 티벳의 불교 얘기는 낯설지만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에서 만난 노승 이야기처럼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중간중간에 끼어있어 지루하진 않게 읽었다. 그리고 현장의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사진을 보는 것도 함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키워준다.
책을 보며 새롭게 알고 깨달은 게 참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나한테는 매우 낯선 티벳 불교에 대한 이야기라서다. 하지만 딱딱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인도인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얘기의 진실이나,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에서 만난 노승 이야기, 안나푸르나를 트레킹 하면서 들려주는 60년대 달라이 라마의 자유 티벳 운동 같은 이야기 등등은 무척 흥미롭게 읽힌다.
게다가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지적 여정은 흥미롭다. 생각해보시라.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 불리는 파미르 고원. ‘하늘이 너무 높아 나는 새가 없다.’ 7세기에 현장이 본 모습이다. 또 겨울이나 여름이나 눈으로 뒤덮인 산을 오르면서 결국 긴 여정 중에 만난 눈보라 때문에 동료를 잃는 승려의 기록이 나오는 장소 역시 파미르 고원이다. <인도 수업>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이야기. 덕분에 만났다.
사실 저자의 여정은 매우 지적인 탐사다. 책을 읽으면서 붓다가 ‘인도 사람’이었구나 다시 생각하게 됐다. 당연히 알면서도 잊고 살았던 사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상징하듯 우리는 불교를 한자로 이해하는 데 너무나 익숙하다. 그래서 인도 사람, 붓다란 것도 낯설게 느끼는 게 아닐까? 이건 예수가 살면서 가졌던 종교가 기독교가 아니라 유대교였다는 사실을 연상시키며 아주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을 통해 전해지면서 한자로 번역되고 그게 우리한텐 일상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불교의 원류는 인도에 있다. 책에도 가끔 등장하는 현장이나 혜초가 불법을 찾아 떠난 곳이 불교의 성지, 인도 아닌가?
그런데 왜 인도에선 불교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을까? 저자는 인도 불교가 사라지는 시기를 12세기 무렵이라고 설명해준다. 이슬람교도들의 인도 침략으로 승려에 대한 학살이 이어졌다. 몇몇 살아남은 이들은 티벳으로 망명했다. 당시 인도 불교는 우리나라의 호국 불교와 달리 ‘불살생’의 신념에 지독히도 충실했다. 승려들은 당연히 무기를 들지 않았다. 게다가 카스트 제도에서 전쟁은 ‘크샤트리아’의 몫이었다. 짧지만 강렬하게, 왜 인도에서 불교가 소멸했을는지 짚는 저자의 혜안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자가 사막으로 변한 아랄해를 소개하는 장면에선 마음 한편 깊은 공감도 생겼다. 텐산 산맥 서쪽으로 파미르 고원의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이 강을 따라 흘러 이어지던 곳이 아랄해였다. 이 아랄해를 사막으로 만든 것은 기후 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탐욕 때문이기도 하다. 강 유역에서 돈을 목적으로 한 목화밭을 만들어 물길을 틀어버린 게 사막화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아랄해는 결국 소금사막으로 변했고 주변 500킬로미터는 사람이 살기 힘든 땅이 돼버렸다. ‘이미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는 저자의 탄식에 가슴이 아려온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곳 증 마음속 버킷리스트 방문지로 정한 곳은 ‘무스탕’이다. ‘부탄 쪽에선 잃어버린 티벳의 분위기’를 느낄 마지막 장소란 설명이 확 와닿았다. 안나푸르나 뒤편 마을 무스탕. 이곳은 티벳 현대사에서 무장투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다가 달라이 라마가 ‘자유 티벳 운동’을 지도하면서 “싸우다 죽은 전사가 아니라 살아있는 백성”을 요구하며 무장해제를 요구했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무장투쟁의 지도자는 병사들에게 그 명령을 따르라고 한 후 스스로는 음독자살을 택했다. 무스탕, 그 길 위를 걸었을 수많은 이들의 생각을 언젠가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반가움과 아쉬움 한 토막. 사실 난 지금은 50대가 됐을 저자가 20대에 다녀온 여행의 기록 <세계의 지붕 자전거 타고 3만 리>란 책을 본 적이 있다. 20대가 세상을 대하는 감성이나 재미가 톡톡 살아있는 여행기였다. 티벳과 실크로드 고비사막을 자전거 타고 다닌다는 발상을 하는 저자의 생동감이 글 속에 오롯이 담겨있었다. 그랬던 게 이번 책에선 50대의 정제된 언어로 바뀐걸 발견했다. 반가운 건 세월 속에 여물어지는 깨달음의 깊이일 것이다. 물론 이번 책에서 매우 정제된 표현으로 성지순례와 불교 철학 이야기를 주러 펼친 건 조금 아쉬웠다. 아마도 이 책의 모태가 월간 <송광사>란 잡지 연재물이라 갖는 한계인가 보다.
하지만 독특한 삶의 이력이 전하는 내면의 여행, 그건 그 누구도 전할 수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뜻이 길을 냈고 20년을 살아 온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