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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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그해 가장 뛰어난 범죄 소설에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품

보르헤스 이후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 출간된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의 작품


가톨릭 집안인 사르다 가족의 셋째 딸 아나,

열일곱 살인 아나가 온몸이 토막 나 불에 탄 채 공터에서 발견된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이 공포에 휩싸인 사건.

소설은 아나의 죽음이 30년이 지난 후

주변 인물 7명이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사랑과 믿음에 관한 주제로 몰입도를 높여주는,

슬프면서도 두렵기까지 한 잔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30년 전 아나가 죽은 그날의 진실은?

둘째 딸 리아, 동생의 충격적인 죽음에도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종결되자 분노를 느끼며 가족과 종교를 버리고 아르헨티나를 떠나 스페인에서 서점을 운영하며 종교에 억압된 삶이 아닌 존엄적인 삶을 선택한다. 마테오 역시 부모의 종교를 맹신하지 않고 할아버지(알프레도)의 영향으로 무신론자가 되어 스페인에서 리아 이모를 만난다. 아나의 죽음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아나의 친구 마르셀라, 그 사건의 충격으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리지만 아나의 비밀을 함구한다. 아나를 검시한 수사과학자 엘메르, 30년이 지났지만 그 사건을 의심하며 알프레도의 간절한 부탁에 결국 사건을 믿음과 기도가 아닌 합리적인 추론으로 사건의 종결에 기여한다.


신학생이었던 훌리안은 첫째 딸인 카르멘과 결혼하고 그들 부부는 모든 일들을 신께 기도하며 인간의 어떠한 일도 신이 지켜보는 곳에서 일어나며 벌도 용서도 신만이 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유일하게 자식의 일에만 인간에게 의존하려 한다.


마지막 화자인 아버지 알프레도, 그는 30년 동안 하루도 아나를 잊은 적 없이 사건을 의심하며 범인을 추적한다. 죽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손자 마테오와 리아에게 편지를 남기며 자신의 소망을 말한다.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종교와 가족, 사랑, 우정, 욕망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 또한 뛰어나다.

무신론자들과 맹신론자들의 생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기에

신을 떠나 존엄적인 삶을 택한자들에게서 용기와 희망을,

자신이 가지고 있던 욕망을 '신의 시험'으로, 그들이 지었던 죄를 '신의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에게서는 공포를 느꼈으며,

딸의 죽음의 진실을 알기 위해 그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롭지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아버지의 사랑과 믿음에 관해서는

뭉클하면서도 감히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슬프고도 아팠다.

긴 숨을 내쉬면서도 마무리할 수 없는

여운이 긴 소설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나는 30년 전부터 하느님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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