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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
단야 쿠카프카 지음, 최지운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평점 :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에드거 상 최우수장편소설 부문 2023년 수상 작
[어느 사형에 관한 기록]은 사형을 12시간 앞둔 연쇄 살인마 안셀 패커,
그의 인생에 얽힌 여자들의 시각으로 그린 서스펜스 소설이다.
12시간 후 사형이 집행될 예정인 연쇄 살인마 안셀 패커
네 명의 여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그는 공감 능력 부족에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사이코패스이다.
하지만 잘 생긴 외모와 특유의 매력을 가졌기에 비정상적인 사회의 열광도 가져온 자이다.
그런 점을 이용하여 교도관인 샤나를 유혹하여 탈옥을 시도한다.
한편 사형 집행을 보기 위해 살인마와 연루된 여자들이 시카고로 모여든다.
안셀 패커는 왜 소녀들을 살해해야만 했는지, 그에게 다른 세계가 있었다면 선택은 달라졌을지,
그는 진정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일지, 어떤 방식으로 체포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다른 범죄소설과는 사뭇 다르다.
피해자들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이 범죄자가 왜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는지를 잔잔하지만 때론 파도에 휩쓸리듯 휘몰아치며
그의 인생을 설명하듯 소설은 진행된다.
어린 두 아들을 불행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켰음을 만족하며 평생을 산 안셀의 엄마 라벤더,
그런 그녀는 가슴속에서 고통스럽게 우는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피해자인 쌍둥이 언니를 괴물에게서 구해내지 못한 괴로움을 안고 사는 헤이즐,
자신의 반을 잃고 그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어린 시절 위탁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며 안셀의 잔인함을 알아챈 사피, 그녀는 경찰이 되어 안셀을 쫓고 있다.
이렇게 세 명의 여성들의 시각으로 살인자의 삶을 말하며, 살인자가 모르는 피해자들의 인생을 아련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또 한 여성, 착한 삼촌만 아는 안셀의 조카 블루까지~~
만일 라벤더가 자신의 희생으로 아들들을 보호하였다면 안셀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경찰이 된 사피가 20년 전 발생한 세 소녀의 살인사건의 진범을 알아 채지 못하고,
안셀이 해리슨 가족과 순수하게 함께 하고 싶은 것을 건드리지 않았다면 안셀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괴물을 꺼내지 않았을까?
헤이즐의 엄마가 사형장에서 흘린 눈물은 조금이라도 안셀을 위한 것이 있었을까?
범죄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많은 의문과 질문을 가져본다는 요상한 경험을 하기도 하는 책........
평범한 삶을 원했던 한 남자의 그 무엇이 그를 살인마로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며
그의 마지막 소망이 오랫동안 가슴에 묵직하게 남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범죄자를 향하는 마음에 또 다른 범죄의 현장으로 가는 안셀을 붙잡고 싶은 생각에 당황하다가
책의 후반부에 다른 세상에서의 일을 읽고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범죄라도 절대 용서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괴물에게 희생된 소중한 사람들이
다른 세상에서 꼭 존재하기를 빌어 보기도 했다.
책의 띠지에 '도스토옙스키가 연쇄살인범을 주제로 소설을 쓴다면 이럴 것이다."라는 문구처럼
잔잔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과 쉽게 써 내려간 문체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고전을 읽는 듯했다.
끔찍한 사건이 존재하는 범죄소설이라기에는 너무 아픈 소설이었습니다.
올해의 스릴러 소설 중 최고였어요.
새로운 장르의 스릴러를 원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읽어야 합니다.
- 삶에 나쁜 일들이 일어나면 그것은 마음에 달라붙는다. 당신이 사람이든 아니든, 당신이 무엇을 원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악은 끈질기게 당신의 핏속에서 살아 왔으며, 항상 당신의 일부였
고, 세상의 공포를 자석처럼 불러들이고 있었다. (p89)
- 당신은 기도한다. 다음 생애는, 좀 더 다정한 존재로 태어나기를. 존재를 온전하게 만드는, 선천적인 갈망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우아한 존재가 되길. 벌새가 되길. 비둘기가 되길. (p425)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