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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평점 :
이 책은 "디아스포라의 질곡을 깊이 경험한 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생한 언어들"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을 한 작품이다.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작가는 당시 이민자의 이름으로 미국에 살고 있었으며 그때 받았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며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은 2007년 4월 16일 버지니아공대 총격난사사건으로 시작된다.
범인의 국적은 한국이었고 미국 영주권자인 조승희였다.
은영은 중학교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은영과 함께 사는 노아 해리슨은 한국인 입양아이다.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고가 일어난 날 노아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지만 국적이 같은 범인에 대한 이야기에 노아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입양 후 파양을 경험하며 슬픔과 분노로 살던 나날들에 증오를 느끼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은영은 노아의 친구로부터 노아는 입양 당시에 이름도 없는 남자아이-1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홀로 남은 은영은 노아의 흔적을 찾아 애도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 한국에서 중학교 동창인 현진네 집에 머물면서
남자아이-1에서 노아 그리고 한국의 스님으로부터 받은 이름 동아까지~~
은영은 노아의 짧은 생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입양아라는 상처를 찾게 되고 노아의 삶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한국 사회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결핍된 시간과 공간을 애도한다.
은영은 한국에 있는 동안 친구 현진 역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며, 또 다른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는 혼혈인 리사와의 인연으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곳에 정착해도 떠나온 곳을 다 알지 못하고 왔다는 생각이 결핍처럼 남아 있는 이민자들의 정서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지나간 시간과 공간에 대해 애도하는 거죠. 그 안에 남겨진 상처들을 떠올리면서요." (p200)
작가는 세 개의 빛을 기억, 사랑, 공감의 키워드로 소개할 수 있다고 한다.
유년의 불행의 기억을 안고 이름도 없는 삶을 시작해야 했던 남자아이-1에서 노아로 그리고 동아라는 이름을 얻기까지의 기억,
현진의 씻을 수 없는 기억, 그리고 버림받은 유년의 기억까지~~
그 모두의 기억을 은영은 자신의 슬픔을 뒤로하고 연인의 흔적을 찾고,
우정으로 현진의 상처를 위로하며 자신 또한 이민자의 삶을 살며 서로의 결핍과 상처에 공감하게 된다.
소설을 통하여 비극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은영이고, 현진이 아닐까 한다. 불안과 공포로 어둠이 휩쓸고 지나갔지만
우리는 남겨진 자들로서 세 개의 빛을 따라 어렵고 힘들겠지만
용기를 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가끔 총소리가 들린다. 들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순간 노아의 얼굴이 떠오르다 희미해진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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