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나는 알고 있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비채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는 아르헨티나 작가로 특히 미스터리 소설류 대중문학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엘레나는 알고 있다]로 리베라투르상을 받았으며,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엘레나는 알고 있다]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 '엘레나'가 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엘레나'의 딸 '리카'는 비바람이 치는 어느 밤, 성당 종탑에 목이 메어 숨져 있는 채 발견된다.

경찰은 '리카'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하고 사건을 종결짓지만 '엘레나'는 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신부님과 경찰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리카'는 타살 당했음을 강조하고 도움을 청하지만 아무도 들어 주지 않자

파킨슨병으로 인해 움직임조차 자유롭지 못한 자신이 직접 수사하기로 한다.

어릴 때부터 번개를 무서워하여 비 오는 날에는 성당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딸 리카는 절대 스스로 성당에 갔을 리가 없다며

'엘레나'는 딸의 죽음을 의심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파킨슨병으로 인해 정해진 시간에 약을 먹지 않으면 온몸의 신경이 굳어져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지만

딸 '리카'를 죽인 살인범을 잡아 줄 사람을 찾아 길을 나선다.

돌처럼 뻣뻣해진 굽은 목, 시선을 내리깔고 통제되지 않는 두 발을 질질 끌며 딸 '리카'를 위해 자신의 몸이 되어 줄 여자를 찾아간다.

기억을 더듬으며 이십 년 전 '리카'와 자신의 도움으로 낙태의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아기를 낳아 잘 살고 있는 '이사벨'의 집을 찾아가

빚을 받는 대가로 자신을 도울 것을 요청하지만 '이사벨'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남미 소설이라는 생각에 시작은 낯설었지만

첫 장을 펼치면 끝까지 읽지 않고는 손을 놓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숨 쉴 틈조차 없을 정도의 빽빽한 문장이지만 블랙홀처럼 빠져드는 소설이기도 하다.

딸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추리 소설적인 이야기는

'엘레나'가 '이사벨'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이끌며 충격에 빠뜨린다.

소설에는 세 여자가 나온다.

파킨슨병에 걸린 엄마를 간호하는 '리카' 그녀에게는 비 오는 밤에 성당에 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십 년 전 낙태를 결심했지만 리카 모녀에 의해 자신의 뜻을 굽히고 원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된 여자 '이사벨'

파킨슨병에 걸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망할 년의 병'에 걸렸다며 어려운 투병 중에 딸을 잃게 된 63세 '엘레나'

딸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엘레나' 그녀는 진정 딸 리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사벨을 찾아간 것은 단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을까?

파킨슨병 때문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엄마 '엘레나'

낙태 의지를 꺾고 원하지 않는 아이를 낳게 한 '리카'를 평생 용서하지 못하고,

자신의 자유의지가 꺾인 채 가족들 속에서 불행하게 인형처럼 살아가는 또 다른 엄마 '이사벨'

자신의 불행의 근원을 피해 모든 것을 놓아 버린 여자,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 속에서 사는 여자,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 걸린 여자……,

과연 어떤 여자의 삶이 가장 안타까운 걸까 생각해 보며

우리 모든 여성들은

'엘레나'가 될 수도 있고, '리카' 가 '이사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며~~~

세 여자의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이 책은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될 책이다.



- 난 살고 싶어요. 내 마음이 어떤지 알겠어요? 비록 몸은 이렇게 망가지고, 딸아이마저 앞세웠지만. 그녀는 울먹거리며 말한다. 나는 계속 살기로 했어요. 이게 정말 오만한 생각일까요? (p24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