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이란 단어도 참 좋은데 색깔까지 지배한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여왕이 된다면 숫자를 다스리는 여왕이 되고 싶기도 하다. 므흣한 내 표정을 본다면 그건 숫자의 여왕이 된 내가 로또 복권을 조작하는 관경을 목격하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하하하, 부도 거느리는 여왕이란 생각에 행복하다. 그림책 읽기에서 만난 18~40개월 아이들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신기했던 것은 올망졸망한 눈으로 책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신기하리만치 그들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 있었다. 처음 보는 관경에 나도 모르게 들떠버려 오버하기도 하며 책을 읽어주었다. 내가 봐도 참 곱디고운 참한 색상이 아름다운 책은, 차분한 파랑과 정열적인 빨강, 따뜻하지만 조금 괴팍한 노랑과 음침하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회색. 4가지 색상의 향연이 책 전체를 뒤엎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이들의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그림책의 묘미는 화를 분출하고서 난 후 온전한 여왕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화를 참지 않고 분출할때는 분출함으로써 자신을 승화시킬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행복해진 여왕과 색상들의 즐겁고 행복한 파티는 그 무엇의 말도 필요없을만큼 몇페이지를 장식하며 눈을 즐겁게 해준다. 넘기면 넘길수록 색상들과 여왕의 파티는 절정을 다다르다 곤히 잠든 여왕을 기준으로 차분하게 들뜬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무슨색으로 이 축제를 열고 싶은가? 가장 인상깊었던 답은 "곰색"이라 대답한 꼬마아이였다.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색. 곰색!!! 어른인 관점에서 물어보았다. "백색곰, 흑곰, 갈색곰... 곰도 여러종류가 있는데 무슨색으로 하고 싶을까?" 한참을 망설이던 아니는 "갈색곰"이라고 대답하였다. 순간 괜히 아이들의 상상력을 차단시키게 질문을 던진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종류가 여러종류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도 아이에게 배움을 줄 수 있으니 그또한 행복한 일이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줄때는 조용히 듣던 아이들에게 마지막장을 넘기며 질문을 할 때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해주는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머리속에 펼쳐지는 색상의 향연도 괜찮았던 그런 그림책이였다.